2023. 06. 14.
한라산에서 자동차를 이용해서 가장 높이 오를 수 있는 1100 고지에는 자연학습탕방로라는 습지가 있고, 거기에는 노루들이 일가를 이루어 자유롭게 뛰노는 노루들의 낙원이 있습니다.
뿔이 달린 아빠노루와 깔끔한 엄마노루와 새침데기 아기노루들이, 나그네가 꿈꾸는 파라다이스에서, 나무데크로 만들어 놓은 탐방로를 지나는 탐방객들의 놀람과 호기심에도 아랑곳 않고, 풀 뜯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 마치 신선들이 노루로 변신하여 유유자적한 풍경을 만들어 보여주는 듯싶은 시간이 잠시 멈춘 낙원의 모습 그대로 인 듯합니다.
어디선가 코끝을 스치는 짙은 향기가 엄습해 오면 예외 없이 커다란 찔레꽃이 쏟아질 듯 후드러지게 피어있고,
그 옆에는 띄엄띄엄 때죽나무 꽃이 수줍은 듯 순백의 자태로 탐방로를 밝혀줍니다.
유난히 백록담 남벽을 둘러싼 구름이 파란 하늘에 멋진 그림을 그려내고 유월 중순의 한라산은 보기 드물게 살짝살짝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무한 반복합니다.
탐방로를 빼곡하게 차지한 산딸나무에는 십자모양의 다양한 꽃들이 예수의 주검 위에 하나 둘 떨어질듯한 포근한 형상으로 탐방로를 수놓고 잠시 뇌리를 스치는 수많은 속세의 인연들을 내려놓으려 깊은 명상에 잠겨봅니다.
붉은 꽃잎 가장자리는 무엇을 의미하고, 순백의 꽃잎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새삼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보려 애를 써보기도 합니다.
동네 산책길에서도 봤던 꽃이지만, 아기자기하게 작은 꽃은 한층 맑고 깨끗하게 노루들의 낙원인 습지 위의 탐방로를 대변해 주는 듯합니다.
수많은 산딸나무 꽃들과 일일이 눈 맞춤을 하면서, 내가 사는 세상도 순수하고 성스러운 산딸나무가 꽃을 만개하여 만든 파라다이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으면서, 마음속의 낙원이 필요할 때마다 다시 찾을 수만 있어도 감사하겠다는 마음으로 노루들의 낙원에 아쉬움만 남기고 속세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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