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시월의 마지막날, 서귀포 새연교와 새섬의 해 뜨는 풍광

Chipmunk1 2023. 11. 9. 05:09

2023. 10. 31.

뭔가 한동안 잊고 지냈던 낭만을 찾아 시월의  마지막날 새벽에 정방폭포와 천지연폭포 사이 서귀포항 입구를 지나서 서귀포항 여객터미널을 지나 새연교와 천지연폭포로 내려가는 경사진 정겨운 길을 따라 무념무상하며 새연교를 향해 900 미터 정도 되는 새벽 바닷길을 조심조심 지나칩니다.

아직은 어둠이 걷히기 직전 동쪽 한라산과 보목포구 앞 섶섬 뒤로 벌겋게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니, 나그네의 가슴은 설렘으로 터져버릴 듯 부풀고, 잰걸음으로 해돋이 명당을 찾는 조급해진 발걸음으로 십여분 후 새연교에 도착합니다.

새연교에서 바라보는 외돌개가 시작되는 황우지 열두동굴해안 동산 위로 보름을 막 넘겼지만 아직은 탐스럽고 둥근 하현달이 해돋이가 머지않았음을 알려주려는 듯 빠르게 서쪽하늘 아래로 내려가고, 멀리 외돌개를 지나 법환포구와 강정포구 사이 범섬이 어느새 보목포구 앞 섶섬에서 날아온 여명의 햇빛에 반사되어 밝게 빛나고, 새섬에 가로막힌 새연교를 건너 아직은 등불이 켜져 있는 새섬 둘레길을 시계반대 방향으로 돌며 눈앞에 덩그마니 버티고 서있는 문섬을 오른쪽에서부터 왼쪽으로 돌아갈 즈음, 조금씩 새벽이 밝아오는 아침을 맞으며, 새섬에서 섶섬이 벌겋게 한눈에 들어오는 해돋이 명당일 듯싶은 해안에 발길을 멈추고 온통 신경을 섶섬 방향으로 모아봅니다.

이윽고, 찰나의 순간에 섶섬 오른쪽 바다 위에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제대로 소원을 빌 시간도 없이 시월의 마지막날 해돋이가 찬란하게 막을 내립니다.

새섬에서의 해돋이를 뒤로하고 새연교를 빠르게 건너오니, 나그네 보다 늦게 새섬을 넘어오는 해와 다시 한번 정겹게 인사를 나누고, 오던 길을 되돌아 서귀포칠십리공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한동안 야자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제주의 가로수로 각광을 받던 유도화로 더 알려진 협죽도(夾竹桃)가 이제는 잎과 줄기에 독성물질이 있다 하여 거진 다 사라지고, 약산사 입구와 이곳 서귀포항 해안길에 작은 군락을 이루며 깊어가는 서귀포의 가을 아침에, 잊힌 낭만 위에 아직은 여전히 활활 타오르는 듯한 가슴속에 조금은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아련한 추억 속의 젊음이 화신의 불씨가 되어 뜨거운 정열과 지나간 세월의 안타까운 열정으로 덧칠해 줍니다.

서귀포칠십리공원 쪽으로 오르다 뒤돌아보니, 늘 실시간 cctv 카메라를 통해 그리움을 가득 담아 바라보던 새연교가 cctv가 아닌 맨눈으로 아스라이 멀어지는 새연교를 가슴에 담고 실시간 cctv에서 캡처 한 사진과 직찍 사진을 비교해 보면서 다양한 각도로 새연교 일대를 사진으로 남겨봅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하늘 아래 한결 가까이 보이는 한라산에 오래도록 눈을 떼지 못하고, 서귀포 새연교와 새섬에서 맞은 시월의 마지막날 새벽 해돋이를 뒤로 하고 아침을 맞습니다.

서귀포칩실리공원을 오르는 길목에 모아놓은, 제주 원주민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일상 소통언어로 사용되고 있을 듯싶은 잘 보존되고 있는 흥미로운 제주도 사투리로 정성스럽게 만들어 놓은 동판 위의 정겨운 글씨들을 보면서 제주도가 우리 대한민국의 땅인 것이 새삼 뿌듯해지는 시월의 마지막날에, 가성비 만으로 뭍에 있는 관광지와 혹은 동남아의 관광지와 비교해서 무작정 제주도의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비하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땅과 문화를 지키고 찾는다는 주인의 마음가짐으로 제주도를 새롭게 조명하고 인식했으면 하는 소망을 나그네가 한껏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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