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31.
수없이 많은 해넘이를 목격했지만, 오늘처럼 구름 한 점 더해지지 않은 깔끔한 해넘이를 만난 적이 없지 싶습니다.
언제나 강풍이 몰아치는 강정포구 방조제에 서서 사방팔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심지어는 평소 구름이 잔뜩 모여 있는 신비스러운 영산(靈山)으로 기억되는 한라산 마저도 구름 한 점 없이 가파도가 검은 실선으로 태양의 왼쪽에 자리한 강정포구 앞바다의 깔끔한 해넘이를 내려다봅니다.
아직은 해넘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는 않았기에, 넓게 바다와 해변과 태양과 하늘을 한꺼번에 담으면서 삼십여분 동안 해넘이를 기다리는 시간은 무념무상 행복과 설렘이 가득한 시간입니다.
그리고 해넘이를 십여분 남겨놓고는, 태양이 바다를 향해 뚝뚝 떨어지는 놀라운 모습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태양과 바다와 하늘을 한꺼번에 담으면서 점점 바다와 가까워지는 태양을 눈도 크게 뜨지 못하고 최소한 가늘게 뜬 실눈으로 응시합니다.
태양과 바다가 맞닿는가 싶었는데, 불과 2-3분 사이에 태양은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시월의 마지막 날 밤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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