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큰사슴이오름 억새꽃밭

Chipmunk1 2023. 11. 7. 05:42

2023. 10. 30.

지명 자체가 제주도스러운 가시리 녹산로의 봄은 유채꽃과 벚꽃으로 노랑치마에 연분홍 저고리를 입은 새댁이 연상된다면, 가을은 은갈색 억새꽃이 유채꽃과 벚꽃을 대신합니다.

뿐만 아니라, 유채꽃프라자를 지나는  쫄븐 갑마장 초입의 큰사슴이오름(大鹿山) 아래 펼쳐진 억새꽃의 향연은 정겨운 연인들을 부르고, 깊어가는 가을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환한 얼굴로 한 마리의 사슴이 되어 억새꽃밭 사이사이를 누비는 모습은 오롯이 그들만의 소확행입니다.

작년 가을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파란 가을 하늘 아래서 은색 갈색 억새가 뒤섞인 채로 하늘을 찌를 듯 웃자란 억새 사이로 보이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을 보면서 멈추길 바랐던 시간은 무심하게 제갈 길로 갑니다.

남서쪽 하늘에는 점차 짙은 구름이 깔리기 시작하고, 서쪽 하늘 위를 넘어가는 태양이 바람을 일으키니, 억새가 한껏 휘어지며 깊어가는 가을 속으로 나그네를 밀어 넣습니다.

갑자기 서쪽 하늘이 심술궂은 성난 얼굴의 제주다운 변화무쌍한 구름이 제주의 가을 하늘을 대변하고 큰사슴이오름의 억새꽃밭은 힘겹게 한라산을 넘는 가을햇살이 비추는 대로 은빛과 갈색을 넘나들며 황홀경의 시간 속으로 나그네를 초대합니다.

가을 햇살의 조화인지 파란 하늘을 뒤덮던 흰구름이 파랗다 못해 잿빛으로 뒤바뀌고, 잿빛 하늘과 은빛 억새꽃밭 사이로 해넘이 길이 만들어지고, 짧아진 가을 해가 서쪽 해안으로 빠르게 내려갑니다.

박하향(혹은 민트향)이 그윽한 큰사슴이오름 등산로에는 산에서 자라기에 산박하라 불리는 박하 잎에서 짙게 풍겨 나는 향기가 억새 꽃밭의 향기로운 방향제가 되어 나그네의 코끝을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보랏빛 작은 꽃을 자세히 관찰하는 나그네의 눈에는 포유류의 눈과 코와 입 모양이 살짝 숨어있는 듯 보이는 꽃향유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알듯 모를 듯 짙은 향기를 내뿜어 큰사슴이오름 억새 꽃밭을 또 다른 향기 맛집으로 거듭나게 하거늘, 대중들은 오로지 억새꽃에만 매료되고 발아래 향기로운 꽃향유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니, 최고만을 쫓는 세태의 각박함이 살짝 느껴지지만, 나그네는 산박하향이 그윽하고 꽃향유가 은은한  큰사슴이오름 억새꽃밭 만의 고유한 향기가 각박하고 텁텁한 세상을 향기롭게 했으면 하는 바람을 남기며 제주에서의 첫날을 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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