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241

참새와 돼지의 공생(共生)

2024. 03. 12.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동에 위치한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는 휴애리의 봄을 대표하는 유채꽃밭에 가기 전 터널을 지나자마자 관상용으로 흑돼지 사육장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기돼지 여덟 마리가 꼬물꼬물 깨끗하게 정돈된 우리에서 엄마 돼지와 한가로이 지내는 모습이 참 여유로워 보입니다. 그 많던 흑돼지들은 온데간데없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아 혹시, 흑돼지 사육장을 없애고 여느 동물원에서 처럼 상징적으로 흑돼지 일가족 몇 마리만 키우려 하나 생각하고 그냥 지나칩니다.그런데, 사육장 주변에는 사람들의 인기척만 있어도 날아가는, 겁 많은 참새들이 줄을 지어 관람객이 쳐다봐도 꼼짝 않고 오히려 관람객들을 구경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문득, 흑돼지 사육 대신 참새를 사육하기로 했나 하는 생각이..

제주도 이야기 2024.03.19

사려니숲길의 봄

2024. 03. 12.오늘도 비 예보를 무릅쓰고 무어라 딱히 표현하기 힘든 사려니숲길의 매력에 끌려 두 달 전 그 길을 또 걷는다 삼나무숲 사이에 만들어진 친절한 나무 데크길 초입에 무장애숲길이라 이름 지어 몸이 조금 불편해도 누구든 차별 없이 편히 삼나무숲을 걷거나 휠체어를 이용해도 아무런 장애 없이 즐기도록 일찍이 고창의 선운사에도 1100로 서귀포자연휴양림 뿐만 아니라, 휴양림과 숲길 곳곳에 무장애숲길이 있다 삼나무숲이 우거져 가려진 하늘을 향해 셔터를 누르며 사방팔방 하늘까지 둘러싼 삼나무에 완전 포위 된 채로 삼나무 향에 취해 무념무상 데크길을 터벅터벅 걷는다미로숲길 빠져나와 붉은 융단 깔려 있는 붉은오름 만나보니 양길가에 파릇파릇 희망 가득 봄 돋는다세복수초 어디 있나 두리번거리며 성급한 마..

제주도 이야기 2024.03.18

설산(雪山)의 위용(威容)

2024. 03. 12~14.어제 오후 예정시간 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제주공항에 세차게 내리던 비가 한라산에는 폭설로 이어졌나 봅니다. 해돋이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호텔의 13층 위에 조성된 옥상에 영어로 루프탑(Looftop)이라는 안내판을 붙여놓은, 투숙객들에게 제공된 휴게공간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다 왼쪽 후미진 곳에서 밤새 설산이 되어 버린 명산 한라의 위용을 목도하고 잠시 할 말을 잃습니다. 나그네가 사진을 찍는 모습에 옥상을 청소하던 호텔 직원이 깜짝 놀라며 삼월의 설산 한라가 믿기지 않는 듯, 어제 까지도 눈이 없었는데, 하룻밤 새에 저렇게 눈이 쌓였다고 놀라워하며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나란히 서서 이심전심으로 설산을 바라봅니다. 뽕나무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되었다는 상전벽해 (桑田碧海)..

제주도 이야기 2024.03.17

가마우지의 사랑 방정식

2024. 03. 14.언제부턴가 곽지해수욕장에서 애월카페거리로 가는 한담해변산책로가 시작되는 부근에 갈매기 대신 가마우지가 삼삼오오 무리 지어 바다의 깡패처럼 영역을 지키고 있고, 갈매기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곽지해수욕장이 막 끝나는 지점에서 가마우지 세 마리가 암컷을 사이에 두고 수컷이 암컷에 구애를 하는듯한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른쪽의 수컷과 암컷이 한참 사랑에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부러움 반 질투심 반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던 왼쪽의 수컷이 마냥 쓸쓸해 보입니다.그러다, 왼쪽의 수컷이 결심을 한 듯, 조금 높은 바위에 올라서서 커플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 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커플은 애틋하게 서로를 바라보며 왼쪽의 가마우지는 무시한 채 꽁냥꽁냥 꿀이 뚝뚝 떨어지는 하트빛..

제주도 이야기 2024.03.16

소낭머리 해돋이

2024. 03. 12.어느새 일출 시간이 7시를 밀어내고 6 시대로 진입하니, 하릴없이 봄은 봄인가 봅니다. 어제 오후 봄비를 타고 온 제주의 서귀포는 예상보다 일찍 비가 그치니,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이른 새벽잠이 깨어 뒤척이다가 여섯 시가 조금 못되어 아직은 인적도 없는 서귀포 시내 중앙로를 지나, 눈이 짓무를 정도로 보고 싶었던 4.3 유적지 소낭머리에 들어서서 전망대에 도착하니, 보목포구 앞 섶섬 주위는 어느새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합니다.여명과 일출 사이 한 시간 가까운 간격이 오늘 아침은 유독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해돋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렘이 찾아왔기 때문이겠지요.전망대 사각 정자 안에 셀카봉을 세워놓고, 십여분 앞으로 다가 온 해돋이, 비록 정오부터 비..

제주도 이야기 2024.03.15

제주의 겨울을 찾아서(13)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2024. 01. 11.제주에서도 드물게 동백꽃과 유채꽃이 한 공간에서 1월부터 3월까지 공존하는, 비록 동백꽃은 전성기를 지나가고, 유채꽃은 막 개화를 시작하는 1월이지만, 3월에 유채꽃은 절정을 맞고, 동백꽃은 겨우 손에 꼽을 정도만 나무에 힘겹게 매달려있지요. 위에는 동백꽃과 아래에는 유채꽃이 빨간색 저고리에 노란색 치마를 입은 아리따운 여인네처럼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휴애리 가기 전,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토종닭 전문 식당에서 황칠토종닭샤부샤부(백숙, 내장볶음, 죽 포함)로 조금 늦은 점심을 즐깁니다.휴애리 입구에서 표를 받는 직원이 유채꽃구경 실컷 하고 오라고 등을 떠밀어, 아직은 꽃이 없는 입구를 지나 유채꽃밭을 향해 잰걸..

제주도 이야기 2024.01.25

제주의 겨울을 찾아서(12) (한라산 1100 고지)

2024. 01. 11.제주도에서 관광객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 중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한라산을 넘는 고갯길 중 자동차가 지날 수 있는 도로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한라산 1100 고지는, 대한민국에서 자동차로 높이 올라갈 수 있는 도로 중에서도, 강원도 정선의 만항재(1330 M)와 지리산 노고단의 성삼재(1102 M)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곳에 위치한 자동차도로이고, 또한 제주시에서 서귀포 중문으로 가는 최단 코스이기에 1100 고지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방문객뿐만 아니라, 제주시에서 영실 탐방로나 중문으로 가는 차량들이 잠시 들렀다가는 경우가 많고, 더욱이 중문이나 서귀포에서 어리목 탐방로나 제주공항 방면으로 가는 차량들이 지나는 길목이기에 일 년 365일 폭설등으로 인한 통행제한이 없는 한..

제주도 이야기 2024.01.24

제주의 겨울을 찾아서(11) (소천지)

2024. 01. 11.대한민국 구석구석(한국관광공사가 뽑은 대표 관광지)에서는 제주도 서귀포시 보목동 1400번지에 위치한 소천지(小天池)를 아래와 같이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 올레 6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마주할 수 있는 소천지는 마치 백두산 천지를 축소해 놓은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아름다운 자연 명소이다. 날씨가 맑고 바람이 없는 날이면 소천지에 투영된 한라산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많은 사진작가의 명소로 꼽히기도 한다. 제주 특유의 맑고 투명한 바다를 현무암으로 된 기암괴석들이 둘러싸고 있어 마치 맑은 연못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여름에는 이곳에서 스노클링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즐겨 찾..

제주도 이야기 2024.01.23

제주의 겨울을 찾아서(10) (소낭머리의 아침풍경)

2024. 01. 11.제주여행 마지막 날 허락된 해돋이를 맞으러 새벽 다섯 시 반에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지난가을에 우연히 알게 된 소낭머리 전망대로 향합니다. 올레길 2코스 시작점인 광치기해변의 4.3 추념비를 필두로 19코스의 너븐숭이 4.3 기념관을 비롯한 제주 전역 곳곳에는 70여 년 전 당시 제주 인구의 11%에 달하는 3만 명 가까운 양민들이 이념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로 이념의 희생양이 된 참혹한 현장들이 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세상에 그 모습들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전쟁을 제외하고는 최대의 희생자가 발생한 한 만은 세월 속에서 소낭머리 공원 역시 수많은 유적지 중의 한 곳으로 남아있어, 이유도 모른 채 억울하게 희생된 원혼들의 한이 붉은 피를 토했던 그 자리에서 이 겨울에 ..

제주도 이야기 2024.01.22

제주의 겨울을 찾아서(9) (서귀포 새연교 해넘이)

2024. 01. 10.지난가을은 나흘 내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창했기에, 하루도 빠짐없이 해넘이와 해돋이를 만날 수 있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비록 아침나절은 비가 내렸지만, 사흘 만에 처음으로 화창한 날을 맞아 해넘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보목포구와 새연교를 두고 고심하던 끝에 새연교로 낙점하고, 새연교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나그네만의 새연교 다리 건너 해넘이 명소까지 가기에는 너무 늦을 듯싶어 새연교에 오르지도 못한 채로 방조제에 바짝 붙어 서서 때 마침 법환 해안 앞의 범섬 뒤 먹구름 속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가는 해를 쫓아 잠시 잠깐 사이 카메라와 혼연일체가 되어봅니다.먹구름 속에 갇힌 해가 점차로 범섬 오른쪽으로 움직이면서 불기둥을 내뿜다가 그마저도 끝내는 먹구름이 모든 걸 집어삼키며 제..

제주도 이야기 2024.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