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241

큰사슴이오름 억새꽃밭

2023. 10. 30.지명 자체가 제주도스러운 가시리 녹산로의 봄은 유채꽃과 벚꽃으로 노랑치마에 연분홍 저고리를 입은 새댁이 연상된다면, 가을은 은갈색 억새꽃이 유채꽃과 벚꽃을 대신합니다. 뿐만 아니라, 유채꽃프라자를 지나는 쫄븐 갑마장 초입의 큰사슴이오름(大鹿山) 아래 펼쳐진 억새꽃의 향연은 정겨운 연인들을 부르고, 깊어가는 가을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환한 얼굴로 한 마리의 사슴이 되어 억새꽃밭 사이사이를 누비는 모습은 오롯이 그들만의 소확행입니다.작년 가을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파란 가을 하늘 아래서 은색 갈색 억새가 뒤섞인 채로 하늘을 찌를 듯 웃자란 억새 사이로 보이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을 보면서 멈추길 바랐던 시간은 무심하게 제갈 길로 갑니다.남서쪽 ..

제주도 이야기 2023.11.07

김경숙해바라기농장

2023. 10. 30.김경숙해바라기농장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번영로 854-1에 있습니다.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제주에서 이곳을 제일 먼저 찾고자 했던 것은 일 년 전 11월의 해바라기에 대한 추억이 너무 짙기에, 지난여름 태백시의 해바라기축제에서의 불만족을 조금 만회해 볼 요량으로 큰 기대를 갖고 해바라기 철이 지났음을 인정하면서도 한달음에 달려갔었지요.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작년보다 닷새나 일찍 찾아왔건만, 대부분 해바라기는 자취를 감췄고, 여기가 해바라기가 있던 자리임을 알려주려고 남아있는 소수의 해바라기가 띄엄띄엄 남아있는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작년과는 사뭇 다른 초라한 모습에 실망이 컸습니다.그런데,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

제주도 이야기 2023.11.06

제주여행 막날 에필로그

여행 마지막날에도 습관처럼 새벽 6시쯤 해맞이를 위해 길을 떠납니다. 숙소와 가까운 정방폭포에서 안전하게 해돋이 맞을 곳을 찾다가 끝내 찾지 못하고, 급히 서귀포항 쪽으로 뛰다시피 걷다가 송산동에 있는 해돋이 명소 중의 명소라 이름 붙여도 모자람이 없을 소낭머리를 만났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미 바다 밑에서부터 해가 완전히 떠올랐으니, 정식 해돋이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소낭머리에서 제대로 된 해돋이를 보기 위한 또 다른 제주여행의 새로운 당위성이 생겼습니다.그리고, 계획된 일정대로 중산간도로를 지나 새별오름에 도착하니, 줄을 서서 오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경사가 가파른 남쪽 등산로를 힘겹게 오르고 있었습니다만, 나그네는 경사가 완만한 북쪽 등산로에서 시작해서 남쪽 등산로로 힘들이지 않고 여유롭게 억새가 우거..

제주도 이야기 2023.11.02

제주여행 셋째날 에필로그

어제 보다 조금 늦은 오전 6시 6분에 호텔을 나서서 서귀포항 방조제에서 해돋이를 맞습니다.그런데 말입니다. 아직 어둠이 깔려있는 방조제 아래로 내려가다, 바위 위에 이끼가 있는 걸 모르고, 바위 위에 발을 내딛는 순간 미끄러지면서 중심을 잃고, 이끼가 낀 바위 사이 바닷물에 거꾸로 쳐 박혀서 저승사자를 만날 뻔했습니다. 휴대폰도 바닷속에 빠졌으나, 다행스럽게도 캄캄한 바닷물 속 돌 틈에서 휴대폰 불빛이 새어 나와 간신히 휴대폰은 건졌으나, 무선이어폰과 구입한 지 며칠 안된 고성능 보조배터리는 물에 빠져 작동하질 않습니다. 다행히 타박상만 서너 군데 있었는데, 밤이 되니 온몸이 욱신대는군요. 그렇지만, 신의 배려로 목숨을 보전하게 되었으니, 앞으로 더욱더 선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물에 빠진 생..

제주도 이야기 2023.11.01

제주여행 둘째날 에필로그

새벽 여섯 시 즈음에 호텔을 나와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지나 서귀포 칠십리 공원 앞에서 여명이 밝아오는 황홀한 문섬에 홀딱 반합니다.그리고, 서귀포항 여객터미널을 지나 새연교를 지나 아직도 어둠이 짙게 깔린 새섬에서 보목포구 앞 섶섬 옆으로 떠오르는 아침해와 인사합니다.두 시간 정도의 아침 산책 후, 가성비 괜찮은 호텔의 조식 뷔페를 즐기고 오늘의 일정을 시작합니다.작년 이맘때 방문했었던 서귀포 추억의 숲길을 지나고 곧바로 서귀포 치유의 숲을 지나 돌오름 입구와 서귀포 자연휴양림을 지나서야 첫 번째 목적지인 1100 고지에 도착합니다. 단풍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 한라산이 또렷하게 한눈에 들어오는 선물을 받습니다. 빠르게 생태탐방로를 한 바퀴 돌고 다음 목적지인 사려니숲..

제주도 이야기 2023.10.31

제주여행 첫날 에필로그

지난 6월 이래로 오랜만에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환상적인 날씨에 감사하며 구름 위를 날고 싶었는데, 한반도가 깨끗하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눈 깜짝할 새에 시화방조제를 지나고 새만금 방조제, 그리고 고군산군도를 지나나 했더니, 남해의 통영과 거제도를 지나 착륙 안내 방송이 끝날즈음 추자도를 지나 한라산을 보나 했지만, 영산 한라산은 신비로움을 간직한 채로 우도와 성산일출봉을 비켜서 제주공항 활주로에 안전하게 착륙합니다.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잰걸음으로 렌터카 셔틀버스를 타고, 예약했던 자동차를 인수받고, 동영상을 비롯한 운행전 자동차의 상태를 사진으로 남기고, 연료 게이지도 촬영한 후 늦은 점심식사를 하러 40여분 달립니다.토종닭 마을로 유명한 교래리의 교래손칼국수 집에서 닭칼국수를 주문합니다. ..

제주도 이야기 2023.10.30

여름이 시작되던 교래자연휴양림 큰지그리오름의 유월 중순 풍경을 여름의 끄트머리에서 재 조명해 봅니다

2023. 06. 14.작년 가을에 큰지그리오름으로 가는 곶자왈과 편백나무숲 가기 직전, 그리고 큰지그리오름에서 내려오는 길(큰지그리오름의 정상 까지는 교래자연휴양림 입구에서 3.4km 거리의 완만한 경사가 포함된 곶자왈과 정상부근 편백나무숲이 있는데, 편백나무숲길의 왼쪽 완만하지만 긴 경사로를 따라 오르는 한 명이 걷기 알맞은 오솔길이 있고, 큰지그리오름 정상에서 편백나무숲으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의 짧은 일방통행 숲길이 있음)에 올망졸망 피어있던 다양한 보랏빛 야생화에 대한 강렬했던 기억을 더듬으며, 여름이 시작되는 시점에는 과연 어떤 빛깔 야생화가 반겨주려나 하는 두 근 반 세 근 반하는 설렘 가득한 부풀 대로 부푼 마음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매표소를 지나 곶자왈로 향합니다.곶자왈이 끝나는 길목 중간..

제주도 이야기 2023.08.24

강정해오름노을길의 추억

2023. 06. 15. 우연히 사진첩을 뒤적이다 두 달 전 쫓기듯 제주를 탈출하다시피 김포공항도 아닌 청주공항을 통해 집으로 돌아와야 했던 숨 가빴던 초여름 강정포구의 '강정해오름노을길'에서 운 좋게 해돋이를 만났던 하지(夏至)를 엿새 남긴 흰새벽의 기억들이 조각 맞춤을 합니다.코로나 펜더믹이 끝나고, 가성비 좋은 동남아로 관광객이 몰리면서, 현저히 줄어든 제주와 김포를 오가는 항공편 때문에 일정에 맞는 항공편을 이용하기가 쉽지가 않은 터라 어쩔 수 없이 수국과 산철쭉을 볼 예정으로 제주행 항공권을 겨우 예매하고, 돌아오는 제주발 김포행 항공권은 제주에서 수시로 확인해서 복잡한 주말을 피해 목요일(6월 15일) 늦은 오후 내지는 밤 시간 항공편을 이용할 요량으로 무작정 3박 4일 일정으로 여행을 감행했..

제주도 이야기 2023.08.19

보름 전, 새연교에서 불발되었던 해넘이를 되새겨보는 칠월 첫날 새벽 나의 단상

2023. 06. 14.그날은 오랜만에 종일 화창했고, 해넘이에 대한 기대도 컸기에 다를 일정을 미리 접고, 설레는 마음으로 제일 근접한 거리에 있는 서귀포항의 새연교로 내달렸지만, 지난 일월에도 그랬듯이 하늘의 해넘이를 허락하지 않으니, 구름에 싸여 노을만 살짝 내려줍니다.해가 지고 잠시 구름이 파란 하늘을 열어 주는가 싶더니, 새연교에 불빛이 천천히 밝아오고, 하늘은 서서히 어두워지니, 자연스럽게 새연교의 야경 명당을 찾아 분주히 발걸음을 옮깁니다.새연교와 새섬을 연결하는 작은 데크광장을 지나 새섬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 새연교가 한눈에 들어오는 새연교 관람 명당에 멈춰 서서 열심히 불빛이 시시각각 변하는 새연교를 카메라에 담아봅니다.밤이 깊어 갈수록 사람들의 왕래가 늘어나고, 여름을 알리..

제주도 이야기 2023.07.01

야생 노루들의 낙원 한라산 1100 고지 탐방로에는 성스럽다는 산딸나무 꽃이 만개하고 때죽나무 꽃과 찔레꽃 향기가 함께 합니다.

2023. 06. 14.한라산에서 자동차를 이용해서 가장 높이 오를 수 있는 1100 고지에는 자연학습탕방로라는 습지가 있고, 거기에는 노루들이 일가를 이루어 자유롭게 뛰노는 노루들의 낙원이 있습니다.뿔이 달린 아빠노루와 깔끔한 엄마노루와 새침데기 아기노루들이, 나그네가 꿈꾸는 파라다이스에서, 나무데크로 만들어 놓은 탐방로를 지나는 탐방객들의 놀람과 호기심에도 아랑곳 않고, 풀 뜯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 마치 신선들이 노루로 변신하여 유유자적한 풍경을 만들어 보여주는 듯싶은 시간이 잠시 멈춘 낙원의 모습 그대로 인 듯합니다.어디선가 코끝을 스치는 짙은 향기가 엄습해 오면 예외 없이 커다란 찔레꽃이 쏟아질 듯 후드러지게 피어있고,그 옆에는 띄엄띄엄 때죽나무 꽃이 수줍은 듯 순백의 자태로 탐방로를 밝혀줍니다...

제주도 이야기 2023.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