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241

새연교 노을 속 저녁풍경

2024. 03. 13.새연교에서는 한 번도 경험 못한 해넘이 종일 구름한 점 없었기에 혹시나 했는데 언제나처럼 짙은 구름이 수평선에 붙어 제대로 된 해넘이에 대한 기대를 접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연교를 건넙니다호기롭게 자신 넘치게 내려오던 태양이 지난 일월과 마찬가지로 구름의 방해로 갑자기 사라지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강정포구와 범섬을 넋 놓고 바라봅니다범섬 위아래를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 서귀 바다 위로 무한정 수놓아지는 윤슬 잠시도 눈을 못 뗀 채 범섬을 응시하고는 언젠가는 반드시 새연교 새섬공원에서 해넘이를 보리라 다음을 기약해 봅니다 새섬공원을 뒤로하고 새연교를 막 건너와 뒤돌아보니 새연교 아치에 불이 들어와 가던 길 잠시 멈추고 생전 첨 보는 것처럼 한컷 한컷 카메라에 모으기 시작합니다서귀..

제주도 이야기 2024.03.29

상효원의 튤립축제

2024. 03. 13.나그네에게 서귀포시 산록남로의 상효원은 감동 없는 수목원으로 기억 속에 남아있건만 오후시간이 애매하기도 했고 궁금도 하기에 서귀포 치유의 숲과 추억의 숲길을 스쳐지나 돈내코 쪽으로 가기 직전 상효원에 당도하니 삼월 일일부터 튤립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일정상 보롬왓 카페의 튤립이 들어있었지만 아직은 튤립이 실내에서만 피어 있다 하기에 갈 곳을 잃고 방황하다 시간 때우려 들렀는데 보롬왓서 볼 수 없는 튤립을 상효원서 만나니 영 퍼센트의 기대가 백 퍼센트의 기쁨이 되고 간사한 마음이 상효원의 위상을 높여줍니다세복수초를 제대로 만나볼 욕심으로 일정을 당겨 와 보니 튤립은 아직이라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잃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달래면서 왔는데 생각지 못한 튤립이 상효원서 반기니 두 마..

제주도 이야기 2024.03.28

유채꽃도 반겨주는 가파도

2024. 03. 13.제주에 오던 첫날, 기대하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못한, 풍경을 마주하는 행운이 따라주길 학수고대했었다이 년 전 오월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꽃밭이 반겼는데 가파도의 삼월은 산방산 배경으로 유채꽃 반겨준다산방산 오른쪽 뒤 설산 한라 서있고 노란 유채꽃 물결 가파도 물들이니 절로 깊어지는 봄북쪽 해안 촘촘히 질서있게 늘어선 유채꽃 방파제가 청보리순 감싸며 거친 해풍 달랜다이번 제주 여행은 가파도 유채꽃들 커밍아웃 덕분에 더없이 행복했고 유월의 가파도가 나그네를 부른다그리고, 가파도의 봄은 유채꽃과 청보리밭뿐만 아니라, 갯무와 간자니아와 금잔화와 루비앤네크리스가 반기고, 백년초 열매까지도 검붉은 열정으로 나그네를 반겨준다.

제주도 이야기 2024.03.27

가파도 청보리밭

2024. 03. 13.아직은 제대로 패지도 못한 청보리 파릇파릇 여린 새순이 봄볕을 받고 파란 하늘과 바다와 한껏 어우러져 가파도의 봄을 재촉하고 있습니다전망대 지나 풍차 너머 마라도 까지 청보리순이 봄을 따라 날고 싶은 듯 해풍에 온몸을 맡기고 저항도 없이 이리저리 휘어지며 봄을 맞습니다세찬 해풍을 막아 주려 우뚝 솟아난 노란 유채가 여린 청보리를 감싸고 청보리 패기 시작하는 사월이 오면 청보리 푸르름에 봄이 익어갑니다청보리 푸르르게 패기 시작할 사월 왠지 모를 기대가 희망으로 커지고 혹시나 하는 기대가 역시나 하여도 언제나처럼 또 다른 희망을 품으며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잊고 살겠지요망각이라는 지우개가 달려있는 삶 딱 죽어버리고 싶은 고통의 시간도 언제 그랬냐는 듯 쓴웃음 지으면서 세월이 아픈 기억..

제주도 이야기 2024.03.26

가파도에서 바라 본 마라도

2024. 03. 13.모슬포에서 11km, 가파도에서 5.5km 떨어진 지금으로 140여 년 전인 1883년 가파도의 화전농이 정착하기 전 까지는 산림이 울창했던 무인도였는데, 지금은 덩그마니 울창했던 숲은 간데없고 중앙부에 작은 해송숲이 조금 남아있는 길쭉한 작은 섬성당도 있고 교회도 있고 사찰도 있고 학교는 있어도 신입생이 더 이상 없고 주민도 100여 명 있지만, 마지막 정기 여객선이 떠나는 오후 서너 시 이후에는 모든 식당이 영업을 종료하니 마라도 일몰 보러 머물던 나그네는 민박집에서 조차 사정이 생겨 저녁을 생으로 굶었던 기억이 새롭다.날씨가 화창한 봄날에 가파도에서도 또렷하게 잡히는 마라도를 바라보면서 이제는 마라도를 가는 일은 없을 듯싶다. 청보리밭이 있고 유채꽃이 상큼한 봄에 가파도에서 ..

제주도 이야기 2024.03.25

서귀포항에서 넉 달 만에 해돋이를 맞는 나그네의 단상(斷想)

2024. 03. 13.작년 십일월 첫날 새벽, 어리석은 안전불감증으로 바다에 빠졌던 어처구니없는 탐욕이 불러온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는지, 직전 여행이었던 두 달 전 까지도 근처에는 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새벽 발걸음이 어느덧 서귀포칠십리 공원을 지나 멀리 섶섬과 한라산 사이에서 밝아오는 여명을 따라 서귀포항으로 들어섭니다. 이제는 더 가까이 다가가서 해돋이를 맞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안전한 제방 위에서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로 해돋이를 맞습니다.욕심은 작은 만족에 흡족하지 못하는 과욕이 부르는 불행의 단초가 될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옥죄고 파멸의 길로 직진하게 만드는 탐욕을 낳는 것임을, 생각하기 조차 끔찍한 네 달 전 서귀포항 방조제 공사장에서 겪었던, 오로지 조금 더 만족스러운 해돋이 장면을 담겠..

제주도 이야기 2024.03.24

휴애리의 봄 수국

2024. 03. 12.천평은 족히 넘어 보이는 휴애리 온실 봄 수국이 지난 일월부터 만개하더니 아직도 튤립과 자리바꿈 없이 그대로 겨울과 봄을 잇는 계절의 가교가 된다오월과 유월의 여름 수국축제 칠월과 팔월의 유럽 수국축제 그리고 일월부터 봄수국축제 겨울을 시작으로 수국축제는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곳곳에 수국의 은은한 향을 내뿜는다파란 수국에서 보라색 자색 수국까지 고혹적인 수국의 유혹에 혼미해지고온실 지붕을 때리는 소나기 같은 봄비 때마침 봄비와 함께 내려오는 우박에 수국 온실은 나그네의 안식처가 된다사랑과 영혼이 담긴 듯한 송이마다 붉은 열정과 부드러운 마음을 담아 겨울을 넘어 봄의 절정을 기다린다사월이 오면 온실에서 조차 사라지고 오월에는 노지에서 여름을 달굴 수국 치열하고 멋들어지게 사월을 보내고..

제주도 이야기 2024.03.22

휴애리 유채꽃밭

2024. 03. 12.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동로 256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찾은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두 달 전보다 활짝 핀 유채꽃이 어서오라 반겨준다 비록, 봄이지만 사납게 내렸던 봄비와 우박 때문에 한라산은 구름에 가리어 아침에 호텔에서 보여준 설산 한라는 몸을 숨겼지만, 하늘은 여전히 파랗다사천여 평 공인된 축구장 두 개 크기의 유채꽃밭은 단일 유채꽃밭으로는 제주도 내에서 최대 규모다 유채꽃밭이 소규모로 늘어서있는 산방산 아래의 유채꽃밭도 봐줄 만하고, 가파도의 북쪽에 조성된 유채꽃밭도 청보리와 바다와 어울려 아름답지만 끊김 없이 광활하게 펼쳐진 휴애리의 유채꽃밭은 노란 바다가 봄바람에 잔잔하게 파문을 일으킨다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휴애리 유채꽃밭 사이사이에 키다리 ..

제주도 이야기 2024.03.21

서향(瑞香)과 천리향(千里香)

2024. 03. 12.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잊었던 서향의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그래서 그댈 천리향이라 부르는가 보다 연못을 지나가기도 전부터 작은 방안에 방향제 한 병을 한꺼번에 쏟아 놓은 듯한 진한 향기가 발걸음을 얼어붙게 만든다수십 그루의 서향이 연못 주변에 촘촘하게 모여 천연의 향기를 맘껏 내뿜으며 수다가 한창이다 육지에서는 화분이나 온실에서 재배하고 있지만 이곳 제주에서는 밖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오면 만개하여 짙은 향기를 품고 백색 주황색 꽃으로 불멸과 명예라는 꽃말에 걸맞게 봄을 열어준다이 향기를 남김없이 모두 호리병에 담아 일 년 내내 곁에 두고 나 홀로 즐기고 싶다 허공을 떠돌고 지나는 사람에 묻어감이 마냥 아깝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집진시설을 만들어 향을 모을 수도 ..

제주도 이야기 202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