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제주의 겨울을 찾아서(10) (소낭머리의 아침풍경)

Chipmunk1 2024. 1. 22. 06:00

2024. 01. 11.

제주여행 마지막 날 허락된 해돋이를 맞으러 새벽 다섯 시 반에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지난가을에 우연히 알게 된 소낭머리 전망대로 향합니다.

올레길 2코스 시작점인 광치기해변의 4.3 추념비를 필두로 19코스의 너븐숭이 4.3 기념관을 비롯한 제주 전역 곳곳에는 70여 년 전 당시 제주 인구의 11%에 달하는 3만 명 가까운 양민들이 이념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로 이념의 희생양이 된 참혹한 현장들이 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세상에 그 모습들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전쟁을 제외하고는 최대의 희생자가 발생한 한 만은 세월 속에서 소낭머리 공원 역시 수많은 유적지 중의 한 곳으로 남아있어, 이유도 모른 채 억울하게 희생된 원혼들의 한이 붉은 피를 토했던 그 자리에서 이 겨울에 동백으로 거듭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직은 어스름한 공원입구를 지나, 여명이 밝기 시작한 전망대에 오르니, 어느덧 보목포구 앞의 섶섬에는 성산일출봉을 넘고 한라산을 넘어오던 태양이 해돋이를 위한 황홀한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섶섬 뒤에 숨은 아침해가 떠오르길 기다리다 지쳐,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는 사이 섶섬 왼쪽 중간 부분에서 조금씩 강한 노을이 섶섬을 어둠 속에 가두고 강력한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섶섬 뒤에서 빼꼼히 수줍은 얼굴을 내밀던 태양이 제법 해돋이 형태를 갖춘 채로 빠르게 섶섬을 밀어내기 시작합니다.

곧이어 햇살이 섶섬을 내리 비추며 본격적인 해돋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섶섬과 구름에 싸인 태양과 노을 위 파란 하늘이 멋진 앙상블을 이루며 어느새 구름 속 섶섬 위로 쑥 올라오고 있는 아침해를 넋 놓고 맞이합니다.

섶섬 위로 오르자마자 빠르게 구름 속으로 빨려 들어가 빛을 잃어 가는 태양을 재빠르게 잡아당겨 담아봅니다.

급기야는 시시각각으로 빠르게 아침 해가 완전히 구름 속으로 사라져 버릴 때까지 놓치지 않고 마지막 모습까지 담아봅니다.

중천으로 향하는 아침해가 구름 위에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노을을 만들어 먼나무를 먼나무답게 비추면서 강력했던 해돋이의 장엄한 의식을 갈무리합니다.

전망대를 내려오다 조우한 딱새도 아침햇살을 받아서인지 한층 화려한 자태로 나그네의 발길을 잠시 붙들어 놓습니다.

지난가을부터 피기 시작한 털머위꽃 몇 송이와 공원 입구에 넓게 자리한 감국이 아침햇살과 조화롭게 소낭머리의 아침을 소박하게 열어줍니다.

서귀포항 부근에서는 유일하게 새벽 여섯 시에 영업을 시작하는 서귀포 해장국의 전설은,  재작년 가을 처음 영업을 시작할 무렵부터 소천지나 소정방폭포나 외돌개에 올 적마다 들렀던 단골(?) 식당이기에, 오늘 새벽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 새벽에 소낭머리 전망대 해돋이를 보기 위해 잠시 머무르며, 진정한 서귀포 해장국의 전설이 되어 두고두고 일찍 여정을 시작할 적마다 아침식사의 명소가 되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