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사려니숲길의 봄

Chipmunk1 2024. 3. 18. 08:32

2024. 03. 12.

오늘도 비 예보를 무릅쓰고
무어라 딱히 표현하기 힘든
사려니숲길의 매력에 끌려
두 달 전 그 길을 또 걷는다

삼나무숲 사이에 만들어진
친절한 나무 데크길 초입에
무장애숲길이라 이름 지어
몸이 조금 불편해도 누구든
차별 없이 편히 삼나무숲을
걷거나 휠체어를 이용해도
아무런 장애 없이 즐기도록
일찍이 고창의 선운사에도
1100로 서귀포자연휴양림
뿐만 아니라, 휴양림과 숲길
곳곳에 무장애숲길이 있다

삼나무숲이 우거져 가려진
하늘을 향해 셔터를 누르며
사방팔방 하늘까지 둘러싼
삼나무에 완전 포위 된 채로
삼나무 향에 취해 무념무상
데크길을 터벅터벅 걷는다

미로숲길 빠져나와
붉은 융단 깔려 있는
붉은오름 만나보니
양길가에 파릇파릇
희망 가득 봄 돋는다

세복수초 어디 있나 두리번거리며
성급한 마음에 작년보다 조금 일찍
짧은 오솔길에 급히 들어서 보건만
오솔길 끝나도록 눈에 띄질 않는다

다시금 조금 긴 720 미터 오솔길 들어서며
점점 멀어지는 듯싶은 세복수초와의 만남을
아쉬워도 했다가 포기도 했다가 자위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눈깜박임도 참아내면서
새소리에 맞춰 휘파람을 불며 몇 걸음 걷자니
눈앞에 파리한 풀잎 위에 수줍은 노란 꽃들이
수고한 나그네를 향해 잘 왔다 활짝 웃어준다

오매불망 사려니숲길에서 진정한 봄을 만났다

어느덧 나그네의 마음에도 봄이 찾아왔다

이제는 삼천리 금수강산에도 훈풍이 불고
벚꽃이 폈다 지는 사월이 오면 삼천리강산
온 천하에도 사람 사는 내음이 가득할게다

끔찍한 기억 씻으러 시나브로 봄이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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