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258

밤바다가 아름다운 곽지해수욕장과 한담해변산책로, 그리고 애월해안의 봄봄봄

2023. 03. 21.눈뜨면 나가 걷고 해지면 쉴 곳 찾던 올레꾼 시절에는 미처 몰랐습니다올레길 15(B) 코스가 그림 같다고 느꼈지만 밤바다와 해변불빛이 그렇게 맑고 깨끗한지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연인들이 사랑스럽게 속삭이고 파도가 불빛에 부딪쳐 사라지고 사랑과 낭만이 숨 쉬는지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올레꾼을 졸업하고 오늘처럼 유유자적 밤바다와 함께하니 캄캄한 밤중에도 에메랄드빛 밤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미소가 입고리를 추켜올릴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도로며 길섶에 깔아놓은 작은 전구에서 흘러나오는 형형색색 불빛들이 속세의 탐욕을 비웃는 듯합니다.어느덧 정갈해지고 가벼워진 마음으로 꽃이 없어도 밤바다가 뿜어내는 봄내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곽지해수욕장에서 시작해서 ..

제주도 이야기 2023.04.06

유채꽃와 튤립이 봄비 속에서 세찬 바람을 견뎌내고, 봄은 바야흐로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보롬왓 바깥 풍경을 천천히 음미해 봅니다

2023. 03. 22.'보롬왓'은 '바람이 부는 밭'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입니다. 어찌 보면, 제주는 제주도로 불리기보다는 탐라라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듯한 독특한 언어와 풍습이 뭍과는 사뭇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섞인 듯 섞이지 않는 고유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바다를 사이에 두고 보존되고 있는 양파와도 같은 곳이란 생각이 드는 매력적인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행의 가성비가 떨어진다 하여, 가까운 해외로 물밀듯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가성비가 조금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어차피 여행이라는 것은 편히 쉬고자 하는 휴식과 편안한 관광의 목적도 있겠지만, 계절 따라 바뀌는 자연과 벗하여, 비가 내리면 비도 맞고, 햇볕이 따가우면 땀도 흘려가면서, 걷기도 하고, 그늘에 쉬어가면서..

제주도 이야기 2023.04.05

비 내리는 이른 봄날에 이다지도 예쁜 수국을 보게 될줄이야! 꿈인가? 생시인가?

2023. 03. 22.봄비 치고는 조금 거칠게 내리는 비를 피해 온 표선의 보롬왓 카페에는 이른 봄부터 이른 여름에나 볼 수 있는 다양한 꽃들이 생동감 넘치는 봄을 눈이 두 개인 것이 아쉬울 정도로 눈을 고정해 둘 곳을 찾기가 힘들 지경입니다.그중에서도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화려한 모습 그대로 노지에서는 느끼기 쉽지 않은 싱그러운 수국이 원색의 자태 그대로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정도로 반갑게 반겨 줍니다.보랏빛이 물들기 시작한 새로 피기 시작한 보라수국이 수국만의 매력을 발산하며 보라돌이가 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계절을 뛰어넘는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수줍은 소녀가 숙녀가 되어가는 성숙함을 조금씩 쌓아가는 진분홍을 완성해 가는 수국에 내 얼굴도 따라 붉어지는 것은 고 2 봄에 만났던 예쁜 진..

제주도 이야기 2023.04.04

사려니숲길의 봄비는 상큼했고, 새소리는 정겨웠지요

2023. 03. 21정확히 7년 전 3월, 봄비 맞으며 걸었던 추억의 숲길. 그날 이래로 사계절, 각각 두 번 이상 걸었던 그 길을, 특히, 봄의 사려니숲길을 이번까지 네 번째 걸었네요. 예쁘게 내리는 빗소리를 동무 삼아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에 끌리어 무아지경의 세계로 빠져듭니다.언제나처럼 비자림로입구보다는 붉은오름입구에서 시작된 사려니숲길은 깔끔한 무장애 나무테크길 다음정겨운 미로숲길을 지나면서 약간 오르막으로 연결되는 팥죽색 붉은오름길을 만납니다. 보기에는 진흙과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진흙처럼 신발에 달라붙는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빗속에서도 전혀 질퍽거림이 없이 모래 위를 걷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기에 비 오는 날 사려니숲길을 걷는 것은 정말 특별합니다.비 오는 날 걷는 오솔길은 빗소리와 새소..

제주도 이야기 2023.04.02

봄비 내리는 한라산 1100고지 탐방로에도 봄이 왔네요

2023. 03. 21.지난겨울 폭설로 통제됐었던 그 길이 통제는 풀리고 눈대신 비가 내립니다 백록담이 선명하게 보이는 맑은 날은 아닐지라도 봄비가 상큼하게 내리고 햇볕 없이 따스한 봄기운이 스멀스멀 온몸을 휘감는 이른 아침의 천백고지 탐방로 데크길이 봄비에 젖어 있네요노루가 뛰어놀던 탐방로 내 습지에는 누런 풀 사이사이에 초록풀이 자라고 봄비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산딸나무 가지에서 새순이 살포시 일어납니다봄비에 흠뻑 젖은 새싹들이 빗방울을 욕심껏 품에 안고 초록색 잎을 만들어 가면서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천백고지도 봄비에 어쩔 줄 몰라 봄을 맞이합니다.

제주도 이야기 2023.04.01

쇠소깍의 봄

2023. 03. 21.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하여 소를 뜻하는 '쇠', 웅덩이를 뜻하는 '소' 그리고 끝을 뜻하는 '깍'이 합성되어 만들어진 쇠소깍이라는 명칭이 정겨울 뿐만 아니라, 효돈천을 흐르는 담수와 해수가 만나서 초록빛 소를 이루고, 물 위에 길게 늘어진 줄을 잡고 테우(작고 평평한 뗏목)를 타고 투명한 물 위에서 신선놀음 하기에 제격인 아름다운 서귀포 칠십리의 숨어있은 비경 중의 하나입니다.용암이 흘러내려 만들어낸 계곡 같은 골짜기의 바위틈에 진달래가 빼꼼히 쇠소깍에도 봄이 왔다고 알려줍니다.나무데크로 만든 산책로 안쪽에는 성급한 찔레꽃이 빗물에 흔들리며 쇠소깍에 봄이 왔다고 속삭입니다.찻길 너머 예쁜 집 마당 앞켠에 빗물에 씻긴 상큼한 보리수가 여름에 앞서 주렁주렁 매달린 쇠소깍의 봄은 현..

제주도 이야기 2023.03.31

동백꽃 이삭줍기(휴애리)

2023. 03. 20.작년 십일월 카멜리아힐 금년 일월 수망리동백숲 다음날 한라수목원에서 그 담날은 동백포레스트 그리고 삼월이 가기 전에 휴애리에서 동백을 보니홑동백(Singl)도겹동백(Regular Double)도비정형 겹동백(Informal Double)도 길고도 험했던 지난겨울을 잘 보내고 봄에 밀려 떠나간 겨울의 뒤를 따라서 기나긴 여행을 떠날 채비를 마쳤네요

제주도 이야기 2023.03.29

가시리 녹산로에 봄비는 내리고, 설익은 유채꽃 벚꽃은 봄비에 젖어 싱그럽고, 하릴없이 봄은 깊어만 가고......

2023. 03. 21.가시리 녹산로의 유채꽃과 벚꽃이 봄의 일생을 도란도란 이야기한다한송이 두 송이 유채꽃이 봄을 알리면 간간이 내리는 봄비에 벚꽃잎 열리고널따란 광장이 노란 물결 되어 파도치듯 밀려왔다 밀려가고봄비 속에 고개 들고 바라보는 그곳에는 키다리 벚나무가 봄비 속에 꽃망울 트고분홍저고리에 노란 치마 차려입고 가시리 녹산로에 봄마실 가는 처자아직은 어설픈 치마저고리가 봄비에 젖고 햇살에 농익으면 시나브로 봄은 절정을 치닫고 가시리 녹산로엔 봄이 닫힌다

제주도 이야기 2023.03.28

휴애리에서 서향(천리향)에 취하고, 봄에 취하다.

2023. 03. 20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 들어와 꽃향기에 이끌려 유채꽃도 잊고 서향에 둘러싸여 발길을 멈추고만개한 서향 앞에서 자동 미소 발사 3주 전 온실에서 맡던 서향 향기는 진정한 서향의 향기가 아니었음을 한라산에서 햇볕을 직접 받고 한라산의 정기를 온전히 받아 완성된 서향의 향기를 따라서휴애리 곳곳에 향기를 퍼뜨리는 서향이 내뿜는 짙은 향기에 취해 서향을 데려온 봄이 정말 고맙다

제주도 이야기 2023.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