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사려니숲길의 봄비는 상큼했고, 새소리는 정겨웠지요

Chipmunk1 2023. 4. 2. 00:00

2023.  03. 21

정확히 7년 전 3월, 봄비 맞으며 걸었던 추억의 숲길.
그날 이래로 사계절, 각각 두 번 이상 걸었던 그 길을,
특히, 봄의 사려니숲길을 이번까지 네 번째 걸었네요.
예쁘게 내리는 빗소리를 동무  삼아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에 끌리어 무아지경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언제나처럼 비자림로입구보다는 붉은오름입구에서
시작된 사려니숲길은 깔끔한 무장애 나무테크길 다음

정겨운 미로숲길을 지나면서 약간 오르막으로
연결되는 팥죽색 붉은오름길을 만납니다.
보기에는 진흙과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진흙처럼 신발에 달라붙는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빗속에서도 전혀 질퍽거림이 없이 모래 위를
걷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기에 비 오는 날
사려니숲길을 걷는 것은 정말 특별합니다.

비 오는 날 걷는 오솔길은 빗소리와 새소리가
앙상블을 이루어 자연의 소리에 흠뻑 취하는
신선의 마을로 진입하는 느낌이 이렇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고, 오솔길이 끝나갈 즈음에는
전에 보지 못했던 복수초의 군락이 나타납니다

비록, 복수초가 전성기를 지나긴 했지만,
오솔길 숲 속에 가지런히 피어있는 복수초는
뭍에서만 보아오던 복수초를 제주, 그것도 전혀 기대
하지 않았던 사려니 숲길에서 한두 송이도 아니고
군락을 만난 것에 마냥 신기할 따름입니다.

오솔길을 나와 사려니숲길 큰길을 걷다가
삼나무산책길을 가볍게 걸으면서 오솔길과는
조금 다른 원점회귀하는, 나무가 우거져서
우산을 쓰지 않아도 비를 맞지 않는 사려니숲길
안의 삼나무산책길을 걷는 것을 마지막으로
출발지점이던 붉은오름입구로 되돌아옵니다.

붉은오름입구로 되돌아 나온 길에는
초록초록 산수국의 새잎이 삐죽삐죽
얼굴을 내밀며 기지개를 켜고, 한여름
개화할 산수국의 군락이 즐비한 길을
지나, 비록 길지 않은 숲길이었지만  
긴 추억을 만든 봄비 내리는 사려니숲길과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