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241

남국사(제주시 아라일동)는 파란 산수국과 수국의 성지로 기억됩니다

2023. 06. 14파란 수국이 생각날 때면 제주시 아라일동에 있는 남국사를 찾습니다.에메랄드빛 파란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한 영롱한 수국 송이송이가 마치 귀여운 동자승의 머리인양 사찰과 잘 어울리는 파란 수국이 경내를 은은하게 울리는 독경소리와도 잘 어울리고, 어느새 파란 수국과 인간의 근본 도리를 깨닫게 하는 가르침이 담겨있는 불경소리가 일심동체가 되어 자연스럽게 경건한 마음으로 조심조심 한송이 한송이 마음에 담고 카메라에 담습니다.규모가 작은 사찰이기에 별도의 일주문은 없지만, 일주문과 망루 역할을 하는 사찰의 관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는 낮은 돌담을 쌓아 만든 중앙로 양편에는 파란 산수국이 절정을 이루니, 마치 파란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질서 있게 앉아 염불을 하며 내방객을 맞아주는 듯한 가슴 ..

제주도 이야기 2023.06.26

사려니숲길의 유월 중순 풍경을 살짝 스케치해 봅니다

2023. 06. 14.언제 달려가도 포근하게 품어주는 사려니숲길에서 지난 1월 초순에는 눈길 트레킹을 했었고, 지난 3월 하순에는 빗길 트레킹을 했었지요.그래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흐리거나 화창해도 언제나 변함없이 반겨주는 사려니숲길이 늘 그립습니다.지난 1월에는 눈꽃이 피어있었고, 지난 3월에는 복수초가 피어있었던 사려니숲길의 유월은 어떤 꽃이 피어있을까요?입구부터 파란 산수국이 진입로 양편에 도열해서 나그네를 반겨 줍니다. 유월말 칠월초에 만개해서 절정을 이룬다는 산수국이 아직은 사려니숲길을 파랗게 물들이지는 못했지만, 듬성듬성 피어있는 산수국이 여름의 시작을 귀띔해 주는 듯싶습니다.매혹적인 향기가 중간중간 진하게 코를 자극할 때마다 숲 속으로 눈길을 돌리면 여지없이 인동덩굴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이야기 2023.06.23

서귀포시 토평동 번개과학체험관 인근에는 자주색과 보라색 수국의 메카가 있다

2023. 06. 14. 산수국과 마찬가지로 수국도 기후를 포함한 주변환경이 색감의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은 제주의 수국을 보게 된 이후가 아닌가 싶습니다.특히, 서귀포 번개체험과학관과 인접한 농원의 돌담길을 중심으로 핀 매혹적인 보라색과 자주색 수국을 보고 있노라면, 새뜻하게 물감으로 수국 한송이 한송이를 정성을 다해 그려놓은 정물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이른 새벽, 서귀포 토평동 한라산 백록담 남벽 아래 중산간도로에 있는 번개체험과학관에 주차를 하고, 북쪽 방향 농원을 연결하는 낯익은 육교 위에 서니, 육교 주변에만 유일하게 피어있는 흰색 수국이 꽃받침처럼 보라와 자주색 수국을 떠 받들고 있습니다.그 나머지는 온통 보라와 자주..

제주도 이야기 2023.06.22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의 해안도로 옆 이국적인 수국정원의 해 질 녘 풍경 스케치

2023. 06. 13.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를 지나는 해안도로 안쪽 펜션마을 입구에 조성된 작은 정원에 소담스럽게, 마치 지중해를 연상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 속에, 고즈넉하게 정자를 중심으로 해풍을 맞으며 활짝 핀 아름다운 수국이 숨어있는 나만의 명소가, 최근 잘 가꾸어 놓은 카페 스타일의 대형 농원들에 밀려나 방문객들의 발길도 뜸해지고 조금 한적해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듯한 이국적인 풍경은 가히 제주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최고의 아름다운 수국 명소라 자부해도 모자람이 없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특히나, 해 질 녘 펜션에 몽환적인 전등불이 들어오고 저녁노을이 질 때면 더할 나위 없는 이국적인 풍광 속 지중해의 낙원에 초대받은 느낌을 그대로 받습니다.바다와 ..

제주도 이야기 2023.06.20

우도수국꽃길

2023. 06. 13.어쩌다 보게 된 우도의 수국이 이른 새벽 한라산 윗세오름 산철쭉을 보자마자 백 리 길을 탓함 없이 성산포항으로 달리게 합니다.뭍에서는 하나 둘 수국축제가 시작되었고 각양각색의 개량종 수국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어렵잖게 다양한 수국들을 만날 수도 있건만 무엇이 불원천리 버스와 지하철과 비행기와 렌터카와 배를 타고 한참을 걸어서 우도수국꽃길로 오게 했던가요?지금 까지는 올레길 1-1 코스를 걷고 인증 스탬프를 찍는 재미로 찾았던 우도였는데, 이제는 유월이 되면 우도의 빛깔 고운 수국이 현무암으로 쌓아 올린 돌담 위에 소담스럽게 앉아있는 모습이 그리워 눈앞에 아른거립니다.언제부턴가 우도는 뚜벅이 관광객은 실종되고 다양한 교통수단들이 맘 편히 걸을 수 없게 합니다.다정한 연인들이 걷기 알맞..

제주도 이야기 2023.06.19

한라산 윗세오름 산철쭉

2023. 06. 13.예상 못했던 잦은 비로 예약과 취소를 반복하는 우여곡절 끝에 오전 네 시 오십 분쯤 인적이 뜸한 어리목탐방로 주차장에 도착하니 꿈만 같습니다.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공기가 조금 차갑게 느껴졌지만 새소리를 위안 삼아서 어리목탐방로 입구로 향합니다.해발 1,000 미터 표지석을 지나고, 해발 1,100 미터 표지석도 지나고, 해발 1,200 미터 표지석도 지나고, 해발 1,300 미터 표지석도 지나고, 해발 1,400 미터 표지석도 지나니, 계단이 끝나고 해발 1,500 미터 지점이 가까워 지자 마음이 많이 조급해지면서 산철쭉을 찾아보지만 이미 져버린 꽃잎이 거무죽죽하게 말라비틀어져있으니 저절로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너무 늦게 왔음을 자책합니다.그런데, 해발 1,500 미터 표지석을 ..

제주도 이야기 2023.06.18

제주 하늘길

2023. 06. 12.새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어서 인류는 비행기를 만들어 타기 시작했다. 42년 전 첫 제주여행은 서부역에서 비둘기호 야간열차를 타고 목포로 갔다. 다음날 점심때가 지나서 목포항에서 도라지호를 12시간 타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여름날 새벽에 제주항에 내린 것이 첫 제주여행에 대한 기억이다. 그 이후로는 배를 타고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언제부턴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비행기는 언제나 날개가 없는 창가를 예약했다.이번 여행은 하늘 위에서 석양을 보고 싶어서 그 시간에 맞춰서 제주로 날아갔다.지상은 흐렸지만, 구름 위에는 파란 하늘이 있었고, 태양이 계속 따라오다가 제주에 도착할 즈음 멋진 노을을 만들었다.

제주도 이야기 2023.06.17

소천지의 새벽을 여는 봄비

2023. 03. 23.봄비 내리는 흐릿한 새벽 여명은 온 데 간데없고 제주의 푸른 새벽 저편엔 문섬이 또렷하게 나타나고 서귀포항에는 밤새 조업한 고기잡이 어선들이 통통통 멀리서 불빛을 밝혀대고 고단한 어부들은 아침을 맞는다.동쪽으로 보이는 보목포구 앞 섶섬에 걸린 신비한 비구름이 여명을 대신해 새벽을 깨우고 소천지의 아침이 시작되면서 제주여행 마지막 날이 밝는다.소천지 맑은 물에 어렴풋이 데칼코마니가 만들어지고, 겹겹이 복잡해진 구름아래 왼쪽 반이 잘려나간 문섬과 서귀포항의 어선들을 넘어 법환포구 앞 범섬이 정겹다.한라산을 넘어오려던 태양은 검은 비구름에 갇혀 빛을 잃고 에메랄드빛 소천지 바다 위에 빗방울이 작은 파문을 일으켜 조용히 소천지 새벽문을 연다.

제주도 이야기 2023.04.19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소정방폭포를 만났습니다.

2023. 03. 21.안개비가 촉촉이 내리는 이른 아침 지반침하위험으로 출입을 금지하여 작년 늦가을과 연초에는 만나볼 수 없었던 소정방폭포를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마침내 만났습니다.정방폭포에서 서복공원을 통해 소라의 성을 지나 해안가로 내려와서 소정방폭포를 만나는 오백여 미터 올레길 6코스 구간을 역올레 해서 갈 수도 있지만, 정방폭포를 지나 보목교차로 직전 파라다이스호텔 주차장 쪽으로 백여 미터를 내려가면, 막다른 오솔길이 나타나는데, 인적이 뜸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적당히 빈터에 차를 세우고, 이정표를 따라 오십여 미터를 한 사람 정도 지나갈 수 있는 약간 경사진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면, 작은 도랑이 나타나고, 도랑 건너에는 노란 현호색 꽃이 반겨주고, 그 도랑물이 모여 바다로 떨어..

제주도 이야기 2023.04.15

무꽃, 복사꽃, 유채꽃이 있는 협재해변과 갈매기떼가 있는 금능해변의 봄 스케치

2023. 03. 23.야자수마저도 누런 색으로 변해버리고, 까만 현무암이 겨우내 칙칙했던 협재해변에 봄의 전령사 무꽃과 유채꽃과 복사꽃, 그리고 갈매기떼가 봄을 한껏 몰고 왔습니다.에메랄드빛 바다색은 여전하건만 흐린 날씨가 비양도를 감추어버린 채 협재해변이 자칫 쓸쓸해 보이기도 합니다.그렇지만, 협재해변의 봄은 가녀린 무꽃이 긴 목을 빼고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떠 있는 신비의 섬 비양도를 향해 그리움을 한가득 품고 있는 듯한 형상이 늘 잊히지 않는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비양도 해변에도 늦은 봄까지 무꽃이 가득한 것은 협재해변의 무꽃이 해풍을 타고 바다를 건너 비양도에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자리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그리고, 무꽃이 해풍에 흔들리는 해변길을 살짝 벗어나 야자수길 입구에 들어서..

제주도 이야기 2023.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