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을 대표하는 수생식물의 대표 격인 연꽃에는 홍련(紅蓮), 백련(白蓮), 수련(睡蓮) 뿐만 아니라, 활짝 핀 꽃의 크기가 불과 1센티미터 남짓한 눈에 보일 듯 말 듯 순백의 청순한 어리연꽃도 있습니다.
오전 9시가 지났는데도 꽃잎을 바짝 오므리고 늦잠에 빠져있는 활짝 펴도 작을 어리연꽃이 한층 앙증맞습니다.
오전 열 시가 다 되어서야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 단아하게 치장을 한 순백의 드레스를 걸친 어리연 아씨들이 나그네를 보고 활짝 웃어줍니다.
혼자는 외로우니까, 삼삼오오 짝을 짓고, 작은 곤충들은 어리연꽃의 향기에 취해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꽃이 피기 전 어리연은 연못 위에 떠있는 잎사귀 중간중간에 하얀 점을 찍어 놓은 듯, 1미터 남짓한 줄기에서 물 밖으로 꽃봉오리가 얼굴을 내민 채로 무더운 아침을 시작합니다.
이윽고, 하나둘 웅크렸던 꽃봉오리를 활짝 열어도 연꽃 크기의 5% 정도에 불과한 앙증맞은 어리연꽃은 연못 가까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꽃잎을 열고 있는지 조차 분간하기 힘들지만, 가까이 보면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어여쁜 아씨들이 나그네의 지칠 대로 지친 한 여름의 심신을 잠시나마 시원하게 어루만져 주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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