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카멜리아힐에 두고 온 가을을 추억합니다

Chipmunk1 2022. 11. 28. 08:15

2022. 11. 14.

뒤로는 한라산이 보이고, 앞으로는 바다가 보이는 중문과 산방산 중간쯤 언덕위에 동백꽃으로 시작해서 핑크뮬리와 참억새가 춤을 추는 테마파크 가을정원에서 마무리되는 동백꽃동산이 바로 카멜리아힐입니다.

동백꽃이 피기 시작하면 가 볼려고 아껴두었다가, 제주에 입도한지 스무이틀째 되는 날, 더 이상은 미룰수가 없어 찾은 카멜리아힐......, 이름 그대로 동백꽃이 제법 만발한 한라산 중산간의 언덕에는 홑동백꽃, 겹동백꽃, 유럽동백꽃, 아기동백꽃, 그리고 왜동백꽃 까지 다양한 종의 동백꽃이 피고 지기 시작한지 좀 되어보입니다.

겨울에 핀다하여 동백(冬柏, Camellia seeds)꽃이라 이름 지어졌나 생각하다 사전을 찾아보니, 동백나무의 열매라고 합니다. 그동안 봄에 핀 동백꽃을 억지스럽게 춘백(春柏)이라 불렀었던 동백꽃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대개는 12월 부터 4월 까지 피는 동백꽃이 급변하고있는 지구 온난화에 간혹 여름에도 피고, 가을에도 피는 것을 동백꽃이 더 이상 겨울에만 피는 꽃이 아니라고 단정짓기 보다는, 살다보면 가끔은 범상치 않은 일들을 만나는것과 같은 이치라 생각하면 그만이지, 굳이 동백꽃에게 다른 이름을 붙여줬던 나의 조급함이 문제였던거지요. 동백꽃이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우리 곁에만 있어야 한다는 구태의연한 생각을 내려놓고, 동백꽃에게도 예외가 있음을 인정하고, 사철 피더라도 동백꽃은 언제나 변함없는 동백꽃(Camellia flower)이라 부르는게 마땅하지 싶습니다. 마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것으로 부터 다툼과 편견과 아집을 멀리할수 있는것 처럼......

핑크뮬리와 참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카멜리아의 가을정원에 가을을 가둬두고 겨울로 향합니다. 그리고, 언제든 가을이 그리울 때면 다시 찾아올까 합니다.

동백꽃 말고 나도 좀봐 달라는 듯 알록달록 예쁘게 피어있는 꽃들을 뒤로하고, 머잖아 화려한 동백꽃 축제가 시작될 카멜리아힐에 가을을 온전히 남겨두고 가을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