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가을비가 오락가락하는 보목포구, 촉촉하게 젖은 등대길의 저녁풍경

Chipmunk1 2022. 11. 26. 07:10

2022. 11. 12.

겨울을 부르는 가을비가 사납게 밤새 내리고, 아침부터 오락가락하던 비가 주춤해진 다된 저녁에, 제주에 온 이래로 처음 비 때문에 종일 갇혀있던 답답함을 해소할겸 제일 가까운 바다를 찾아, 비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있는 섶섬과 조금 멀리 보이는 서귀포항의 범섬과 중문 가는길의 문섬이 조금씩 시야에 들어오는 보목포구 등대길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강풍에 몸은 휘청이고 성난 파도가 등대길 위를 넘어올듯 바닷물 알갱이가 얼굴에 하나둘 부딪치고, 이따금씩 비가 한두방울 바람에 날리어 이마를 때립니다.

남동쪽 하늘은 복잡한 구름이 겹겹히 쌓여, 강풍에 등 떠밀린 파도와 노을에 물들어가는 하늘이 환상적인 앙상블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섶섬과 범섬 사이에 후광이 비치니, 범섬에 가려진 문섬위로 비구름과 저녁노을 사이에서 튕겨져 나온 후광이 한뭉큼 쏟아져 내립니다.

갑자기 요란하게 후드득 거리며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가 강풍을 타고 파도 알갱이와 뒤섞여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바빠진 마음이 비를 피해 뛰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섶섬과 범섬사이 문섬위로 쏟아지던 후광이 고운 석양이 되어 서귀포 앞바다에 저녁노을이 신의 은총이라는 영화 한편을 만들어 호젓한 마음에 한아름 행복을 선물해 줍니다.

흐린날에는 비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구름 속에 해가 있으니, 가끔은 옅은 구름 사이로 햇볕이 쏟아지는 장관을 목격하지만, 아무런 감흥없이 그냥 지나치기 일쑤지요.

감당못할 많은걸 갖고 사는것이 행복한것인지?

적게 갖고 있지만 소중히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매일 반복되는 자연현상이 가끔은 환상적으로 보이고, 신의 은총이 느껴지는 것이 나만의 작은 행복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