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15.
한달살이라는 미명아래 제주에 입도한지 23일째, 제주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하고 제주의 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녔는지 의문이 생길즈음, 그리고 이제는 제주를 떠날수 있겠다싶은 마음이 생길즈음, 어디를 갈까 고심끝에 떠오른 곳이 딱 한곳 있었으니, 바로 올레길 6코스 중간스탬프를 찍던 소정방폭포였습니다.
가는날이 장날이라했던가요!
소정방폭포 아래로 내려가는 진입로는 공사중이었고, 제주에 온지 이튼날 새벽에 찾았던 돈내코 원앙폭포도 공사중이었지만, 계곡으로 내려가는 우회로를 통해 목적을 달성했던 기억을 되살려, 해안 언덕을 따라 올레길 6코스를 역올레하듯 한참을 올라 소정방폭포가 있는 해안을 보려했지만, 밀림처럼 우거진 나무와 수풀 사이로 어렴풋하게 폭포 줄기인듯한 물줄기가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말았다 감질나게 할뿐, 안타깝게도 소정방폭포는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가장 최근으로 기억되는, 작년 봄에 봤던 열개의 물줄기가 5미터 해안으로 떨어지는 정방폭포의 동생뻘쯤되는 소정방폭포를 사진첩에서 꺼내보며 위안을 삼다가, 서쪽으로 500여 미터 떨어진 정방폭포에, 뀡대신 닭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달려갔습니다.
실로 거의 20년 만에......
주차장에 자동차들이 빽빽하게 주차된 정방폭포 입구 왼편의 입장권 자동발매기에서 입장권을 급히 발권받아 허겁지겁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니, 예나 지금이나 해안가에 자리잡은 해녀들의 즉석 해산물 먹거리 판매장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였고, 폭포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폭포수가 해안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점점 웅장하게 들려오니, 폭포소리에 갇힌 사람들의 목소리가 정겹게 들려오는 정방폭포는 예전과 크게 다름없이 삼삼오오 바위 위에서, 혹은 바위 틈에서 멋진 포즈로 사진 찍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일몰을 한시간여 남긴 정방폭포의 물줄기가 바람에 흩어지며 물보라를 만들고, 햇빛에 뒤섞인 안개같은 작은 물 입자 사이사이로 오색빛이 마치 무지개처럼 황홀하게 비춰오니, 오랫만에 찾은 정방폭포가 새삼 아름다운 동양최대의 해안폭포임이 실감나는 제주를 떠나기 전날 오래 기억될 추억의 장소로 남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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