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12
어제 남겨 놓았던 예초리에서 상추자항 까지의 구간을 마저 걸어 18- 1코스의 완주를 마쳤다.
다시 걷고 싶은 기억에 남을 예쁜 길 중의 하나로 남을것 같다. 오르는가 싶으면 내려오고, 내려왔나 싶으면 다시 올라가고, 하늘이 보이는가 싶으면 바다가 보이고 들꽃이 반겨주는 추자도 사랑에 어쩔수 없이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아직은 아침 공기가 겨울 못지 않게 쌀쌀하게 느껴지는 겨울 같은 초봄이다. 어두컴컴한 새벽 6시가 어설프게 바다색 때문인듯 희푸르스름하게 시야에 들어 오는 숙소 위에 있는 등대산 공원에서 추자십경의 으뜸이라 불리는 소의 머리 모양을 한 우두일출을 기다렸다.
해돋이를 보고 인근 식당으로 발길을 옮겨 따뜻한 해물뚝배기로 얼었던 몸을 녹이고, 숙소를 나와 어제 멈췄던 예초리 종점으로 가려고 상추자항 대합실 앞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10시에 출발하는 버스에 오르자 미소가 가득한 기사아저씨가 이것저것 묻는다. 그러다 커피 좋아하냐고 묻더니 커피를 한잔 갖다준다.
초로의 아저씨 한분은 몇일전 차비를 못냈다고 차비를 낸다. 내리는 승객들에게 일일이 진심어린 인사로 "안녕히 가세요"라고 하는 기사 아저씨의 꾸밈없는 착한 음성이 아직도 귓전을 잔잔히 울린다.
문득 정감이 넘치는 이곳 추자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교통카드 보다는 현금으로 버스비를 낸다. 그래서 그런지 교통카드 단말기를 아예 꺼놓고 운행하고 있다.
겉모습은 분명 21세기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훈훈한 사람사는 냄새가 듬뿍 담겨 느껴지는 인심이, 아직도 20세기 중반의 때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듯 싶은 이곳 추자도가, 세파에 찌들대로 찌든 나의 맘을 살짝 붙잡아 놓으려고 했다.
예초리에 도착해 오른쪽에 있는 등대를 바라보며 멋진 풍광에 정신을 빼앗기면서 잠시 해안 도로를 걸었다.
해안도로가 하추자도와 상추자도를 연결하는 도로와 만나자, 왼쪽 산길에 푯말도 정겨운 "추억이 담긴 학교가는 샛길"이 나타났다.
학교가는 샛길을 내려와 돈대산으로 향했다. 비록 해발 164미터에 불과 했지만, 돈대산을 오르는 길옆에 동백이 아직은 탐스러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고, 틈틈이 보이는 언덕 넘어 바다는 신비의 섬에 온 이방인을 수줍은듯 숨어 반기는 듯 했다.
아쉬운 발걸음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옮겼건만, 2시 훨씬 이전에 상추자항에 도착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더 천천히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추자항에서 부터 시작하는건데 그랬나 싶은 아쉬운 마음으로 이렇게 멋진 풍광을 언제 다시 보게 될까하는 기다림이 배를 타고 상추자항을 빠져 나오면서 부터 시작되었다.
추자도에 빼앗긴 마음을 어찌 수습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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