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제주올레길 완주 에필로그

Chipmunk1 2016. 3. 13. 22:00

2016. 3. 13




우연히 시작한 제주올레길의 마력에 끌려 2016년 1월 13일 17코스를 시작으로 3월 13일 14코스로 마무리했다.

35년만의 제주 폭설 속에서 걸었던 16코스.
노루와 눈인사를 나눴던 7-1코스.
추자도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게한 18-1코스.

누군가가 내게 왜 걷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답할 꺼리는 없다.

그냥 걸을때 행복했다고 답하면 어떨까?
걸을땐 아주 단순해 지곤한다.
몇킬로를 걸었는지 몇킬로가 남았는지 나도 모르게 계속 확인하게 된다.

정말 단순해 진다.

코스에서 가장 가까운 숙소는 어디일까?
아침밥은 준비해 주려나?
욕실과 화장실은 공용일까?
깨끗할까?
등등...아주 사소한 것에 온갖 촉각을 곤두세우곤 한다.
정말 단순해 지지 않을수 없다.

살면서 답답해 질때는 간단하게 수학공식을 만들어 활용하듯, 걷고걷고 또 걷다보면 나의 생각이 나의 사고가 단순해 짐을 경험함으로써, 조금이나마 답답한 마음이 무장해제 됨을 느낀다.


건강을 생각하고 걷지는 않았다.

병들어 버릴것 같은 마음에게 휴식을 준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든다.

무언가 하나쯤은 내맘대로 하고싶은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은 제 각각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고 키우고 버리는 일들을 했으리라.

나 또한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리.

올레길(제주방언으로 동네골목길)의 마력은 매년 나를 부를 것이라는 기대와 설레임의 연속일 거란 확신이 점점 커지는 것은 아닐까?

지금 나는 행복하다.

수고한 내게 상을 주려고 나는 지금 제주시 연동에 있는 모처의 포근한 침대위에 널부러져 있다.

아무 생각없이 오늘은 푹 쉬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