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싸매고 오르는 성산일출봉 겨울은 춥지도 덥지도 않아 좋았다.
새벽 다섯시를 막 넘기고 출발한 서귀포에서, 신호동의 도움 까지 받으면서 60여 km의 여정을 쉽사리 마무리하고 성산일출봉에서 제일 가까운, 매표소앞에 주차를 했다.
7시가 다된 시간이었지만, 동지가 지난지 보름 남짓한 겨울 성산은 아직 여명이 시작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매표소 직원이 출근전이라, 무료로 성산일출봉 입구를 지나 잘 만들어 놓은 산책로를 따라 30여분을 쉬지않고 걸어 거칠어진 숨소리를 고르며, 정상에 올랐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어느새 해돋이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일출봉 건너 동쪽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일출시간이 다 되어 동쪽 하늘이 조금 붉어지는듯 싶더니, 탐방객들의 출석만 확인하듯, 못내 짙은 구름속으로 태양이 몸을 숨기고, 떠오르려는 해를 보고 탄성을 지르려던 탐방객들의 실망스런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옆에 섰던 사내들은 더 이상 시간 낭비않겠다고 과감히 자리를 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출봉 뒷편 성산면 일대의 멋진 새벽 풍경은 한라산이 성산일출봉을 감싸듯 내려다보는 형상을 하고 있어 한층 신비롭게 다가왔다.
바람이 강하게 구름을 밀어 버렸는지, 나타날것 같지 않던 태양이 구름 위로 살짝 미소띤 얼굴을 내밀고, 곳곳에서 탐방객들의 탄성이 일고, 해는 서서히 짙은 구름을 헤집고 나와 세찬 바람속에서도 해돋이를 보겠다고 끝까지 자리를 지킨 갸륵한 탐방객들에게 늦은 인사를 했다.
그리고, 잠시 구름속에서 쉬던 해가 다시 한번 구름 사이를 뚫고 성산일출봉 넘어 동쪽 바다를 황금색으로 물들였다. 하늘 위에는 뽀송뽀송해 보이는 새털구름이 신비롭게 파아란 새벽하늘과 조화를 이루면서 아침 일출봉을 황홀경속에 빠뜨리며, 2019년 1월 6일 일요일 아침을 활짝 열어 놓았다.
하산길에 붉게 물들기 시작한 일출봉 뒷편의 한라산과 성산면 일대에 펼쳐진 대 자연의 웅장함에 뿌듯한 성산일출봉 해돋이를 행복하게 마무리하게 했다.
자연은 여유를 가지고 추위 속에서 기다린 나에게 기쁨과 행복을 선물했다.
일상에서의 지나친 조급증과 닥치지 않은 일에도 막연하게 불안해 하며 조바심 속에서 살아왔던 지난 날들을 뒤돌아 보면서, 세상은 세상대로 돌아가게 아무 걱정하지 말고, 나는 나대로 내 방식대로 자연과 벗하며 느릿느릿하게 살아냈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이고 자유분방한 생각을 잠시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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