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우도의 겨울바다, 그리고 봄의 전령사 유채꽃

Chipmunk1 2019. 1. 6. 23:00

 

성산항에서 우도로 출발하는 여객선은 매 정시에 출발하여 하우목동항으로 입항하고, 또한 매 30분에 출발하여 동천진동항 으로 입항한다.

 

성산일출봉 해돋이를 마치고, 9시 30분에 출발한 동천진동항행 여객선이 9시 50분경 우도의 관문을 지난다.

 

 

 

세상이 참 다양해지고, 음식문화도 많이 변해가고 있다.

 

 

 

매운음식을 즐기는 고객들을 위한 매콤한 빨간문어해물라면과 매운음식을 싫어하는 고객들을 위한 담백한 하얀문어해물라면이 있어, 매운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당연히 하얀문어해물라면을 주문해서 맛있게 먹고, 세찬 바닷바람을 친구삼아 동천진동항 에서 부터 해안도로를 따라 우도일주를 시작했다. 

 

 

 동천진동항에서 바라본 본섬 제주도, 구름띠를 두른 한라산이 하늘과 맞닿아 황홀경 속의 신비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모래가 없는 우도의 해변은, 인고의 세월을 파도에 휩쓸려 작은 모래처럼 해변을 꾸며준 아름다운 산호들의 희생이, 이곳을 우도의 유일한 그림같은 (산호)해수욕장으로 만들어준게 아닌가 싶다.

 

잘개 부숴진 산호와 에메랄드빛 파도가 뒤섞이니, 우유빛깔을 방불케 하는 바다의 신비가 아름답게 반겨준다.

 

 

 

 

동천진동항의 산호해수욕장을 아쉽게 출발해서 하우목동항을 지나 해변을 따라 걸으면서 변화무쌍한 바다를 바라보노라니, 우도가 나를 바다의 밀림속으로 한없이 밀어넣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뜨린다.

 

 

 

 

 

우도는 제주올레 1-1코스로 내게는 정겨운 곳이기도 하다.

 

 

 

올레길 완주를 목적으로 최근 2번 일주했었던 우도였는데, 문어해물라면과 땅콩아이스크림이 그리워서, 걷기에만 집착하던 올레길을 내려놓고 자유분방하게 걷는 우도가, 그 동안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던 아름다운 풍경들을 하나 둘씩 보여주기 시작했다.

 

 

 

올레길 안내 리본과 활살표만 따라 걷던 우도를, 발길 닿는대로 내 맘대로 걷는 행복은 무어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짜릿한 흥분이 발걸음을 더욱 더 가볍게 만들어 준다.

 

 

마치 군무를 추는 듯한 까마귀들의 자유로운 비행이, 이미 나의 마음속에서 훨훨 우도를 날더니, 마침내 정해진 길도 없이 파아란 보리싹이 자라고 있는 청보리밭 사잇길을 지나 우도봉으로 향하게 한다.


 

 

 

우도봉 산책로 입구에서 맛 없으면 돈 받지않겠다는 카페주인의 호기로운 호객에 흔들려서,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비닐하우스 카페로 향했다.

 

아이스크림 위에 땅콩가루가 살짝 토핑되어 있으려니 하고, 열심히 떠 먹던 아이스크림 컵의 바닥에는 땅콩가루가 가득 담겨있어, 그 고소함이 한껏 행복을 선물해 준다.

 

그리고, 순박해 보이는 카페 주인과 사진도 찍고, 카페를 배경으로 카페주인의 포즈를 담은 사진으로, 우도의 땅콩아이스크림에 달콤하고 고소한 추억을 살포시 더하고 우도봉을 오른다.

 

 

 

 

 

카페 아래의 유채꽃밭에는 카페 손님만 들어갈 수 있는 카페 주인의 사유지이기에, 우도봉을 오르고 내려가는 탐방객들의 방해없이 맘껏 유채꽃밭을 누비며, 1월 초순에 우도에서 봄을 미리 살짝 만나 본다.

 

 

다음에 다시 우도에 올 기회가 있다면, 카페주인이 운영한다는 밭 가운데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노오란 예쁜 팬션에서 여러날 쉬면서 우도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졌다.

 

 

 

 

 

 

우도봉을 오르는 가파른 계단 양편에는, 갈대의 서식을 허락하지 않는 우도의 억새가 가을의 정취를 아직까지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이곳 우도는 가을과 겨울과 봄이 혼재하여, 인위적으로 계절을 구분하는 인간들을 비웃고 있는듯 했다.

 

 

 우도봉 정상의 등대 뒷편의 아스라이 먼 바다가 가슴을 뻥 뚫리게 해준다.

 

 

그리고, 우도봉 능선을 따라 한라산을 점점 오른쪽으로 옮기면서 , 동우도 쪽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우도를 음미하며 내려왔다.

 

 

 

 

우도봉을 내려와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섶 우도봉 비탈에 서서 우도를 지켜주는 돌하루방과 돌할망이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면서 잘 가라 배웅해준다.

 

 

우도봉을 완전히 내려온 해변에서 한폭의 그림 같은 성산일출봉과 영산(靈山) 한라산을 바라보면서 우도일주를 마치고 동천진동항 에서 3시 30분에 성산으로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기위해 우도와 작별할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무거워진 발걸음을 동천진동항으로 옮겼다.

 

언젠가 땅콩아이스크림과 하얀문어해물라면이 그리우면, 다시 찾으마 내 마음과 약속하며, 갈매기들의 환송을 받으면서 점점 멀어지는 우도를 오래 남을 기억의 주머니속에 꽉꽉 눌러 담기에 아쉬운 마음만 분주했다.

 

 

 

그리고, 5천원(1일 주차요금)은 익히 나왔을거라 생각했었던 성산항의 주차요금이 전기차는 무료라는 주차요금 수납직원의 안내가 미소로 기해년 첫 우도여행을 마무리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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