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하면 판시판산, 판시판산하면 사파가 연상될 정도로 사파와 판시판산은 한 몸같은 베트남의 보석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베트남 젊은이들의 신혼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 바로 사파다.
비 예보가 다소 걱정스러웠지만, 그냥 갈수 없어서 사파스테이션에서 트램2회 왕복 포함 케이블카 왕복 티켓을 구입해서 케이블카 출발역이 있는 판시판 케이블카역 까지 10분 정도 트램을 탔다.
30여명은 족히 탑승이 가능한 케이블카에는 시골남녀공학중학교 동창들이라는 50대 후반 이나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 20여명이 시답잖은 농담으로 낯뜨거운 말들을 쏟아내다가, 우리가 한국인임을 인지하고도 더 뻔뻔스럽게 떠들어 댔다.
제주도의 몰지각한 중국관광객 비난할 일이 아니였다.
뭐라고 한마디 하려다 상대하고 싶지 않아 창밖의 안개에 카메라 촛점만 맞춘채로 무념무상으로 시간을 보냈다.
케이블카가 안개속에서 출발한지 10분 쯤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안개가 걷히면서 반대 방향에서 내려오는 케이블카가 선명하게 보이더니, 파란 하늘이 환영인사를 반갑게 했다.
물론,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비 맞을 각오로 출발한 판시판산에서 파란하늘을 보게될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더욱 흥분되었다.
올라가는 방향의 앞쪽 유리창에 바짝 붙어 앉아 나만의 행복한 시간을 만끽했다.
곧 이어 안개가 또다시 주변을 점령했다.
정상에서 머지않은 능선에는 산을 타는 등산객들이 줄을 지어 오르고 내리고 있었다.
케이블카를 내려서 판시판산 전망대로 가는 트램역 까지 가는 계단길이 음산한 분위기에 어울리게 안개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자그마한 사찰 마당에서는 때마침 정오를 알리는 타종을 젊은 스님이 일정한 간격으로 치고 있었다.
판시판산 정상 전망대 곳곳에는 높이가 해발 3,143 미터임을 알리는 표기가 여기저기 수도없이 널려있었고, 전망대를 벗어나서는 아무것도 분간이 안가는 비밀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어찌나 바람은 세차게 불던지 체감온도는 이미 영하의 날씨를 느끼게 했고, 햇볓을 보고싶은 욕심 보다는 비가 내리지 않음에 안도하는 마음이 컸다.
더욱 짙어지는 안개속의 판시판산을 뒤로하고 아쉬운 작별을 하고 올라오던 역순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올라올 때와는 달리 내려가는 케이블카에는 겨우 7-8명이 여기저기 나뉘어 여유있게, 그리고 조용하게 하강을 시작했다.
올라올 때와 비슷한 지점에서 아스라이 사파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짧은 시간안에 또 다시 안개 속으로 파묻혀 내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축한 사파 시내에 비해 변화무쌍한 기후를 볼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준 판시판산에 고마움을 전하면서 사파에서의 긴 3일 간의 여정을 만족스럽게 마치고 하노이로 돌아왔다.
리무진버스와 약간의 실갱이가 있었지만, 무사히 잘 돌아왔다.
계약서에는 분명히 호텔까지 데려다 준다는 약속이 있었지만, 길이 좁다는 핑계와 걸어서 아주 가까이 있다면서, 호텔과 5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내려주겠다해서 작은 소동 끝에, 구글지도를 보여주면서, 최대한 호텔과 가까운 도로에 내려줄것을 요청한 끝에 호텔과 9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내려 무사히 호텔을 찾아왔다.
28인치 트렁크 가방을 밀고 끌고, 도로 사정도 편치 않은 하노이 시내를 걷는 것이 얼마나 힘든 고행의 길임을 익히 잘 알게된 터라 양보없이 리무진버스로 부터 약속된 서비스를 챙겨 받았다.
그리고, 첫날 봐 두었던 55리터 등산가방과 크로스백 한개와 작은 백팩을 사서, 단골식당에 들러 늦은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와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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