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베트남의 기차는 예정된 도착시간을 한시간 이상 넘긴 오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사파의 관문인 라오카이역에 도착했다.
누구하나 연착에 대한 항의도 없이 당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물론, 나를 포함한 외국인들은 이것이 베트남의 현주소라고 조금은 낮춰 생각하고 있는것 같다.
라오카이역 앞에서 12인승 승합차에 짐과 사람들을 꾸겨넣듯 싣고, 평균 1,400고지에 조성된 사파를 향해 산허리를 수없이 돌고 돌아 곡예운전 하듯 짙은 안개가 간혹 빗방울과 섞여 가시거리가 불과 십미터도 안돼 보이는 왕복 2차선의 좁고 굽은 길에서 앞서가는 대형트럭들과 트레일러들을 수도없이 추월하면서 반대 방향에서 내려오는 차량들과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는 목숨건 질주 끝에 하나둘씩 숙소에 내려주고 우리 일행과 독일에서 온 여성 둘을 같은 호텔 아래 찻길에 내려줘서 약간 계단이 있는 오르막에 위치한 호텔로비 까지 안개비로 축축하게 젖으며 들어갔다.
오전 투어를 위해 짐은 프론트에 맞기고 2층 식당으로 이동해서 아침밥을 먹고 9시경 부터 비가 적잖이 내리는 도로를 타고 한참을 걷다보니 어느새 비는 그치고 십년 가까이 함께해온 방수자켓과 삼년전 제주 올레길 시작할때 광치기해변 근처에서 샀던 일회용 우비로 꽁꽁 싸맸던 몸에서 땀이 흐르고 있어서 걸어 가면서 모두 해체해서 배낭에 쑤셔넣고 시원한 반팔 복장으로 사파에 사는 소주민족중의 하나인 몽족이 사는 캇캇마을(CATCAT VILLAGE)에 소정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탐방을 시작했다.
같은 민족이라 그런지 생김새도 비슷했고, 각종 수공예품들과 버펄로 육포등 마을 특산품을 파는 상가들이 마을로 연결되는 돌로 만든 도로 양편에 나름의 질서 속에서 수줍어하는 모습으로 관광객의 마음을 얻으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애잔했다.
베트남 기준으로는 제품에 비해 비싸 보이는 우리의 붕어 싸만코와 유사한 아이스크림과 하노이 서호에서 맞봤던 사탕수수즙을 서호에서 보다 가격은 50% 더주고 양과 맛은 서호보다 50% 정도 부족하게, 가이드를 해주느라고 동분서주하는 우리 막내와 동갑인 귀여운 사파아가씨와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날이 점차 개이는 마을을 깊숙히 탐방했다.
돼지들은 강아지처럼 마을길을 사람들과 뒤섞이며 생활하고 닭은 닭장에 갇혀있고 개들은 한적한 곳에서 소외된 듯한 마을 풍경이 이채롭다.
하늘이 조금씩 구름옷을 벗기 시작할 무렵부터 판시판산에 오를 기대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마을 탐방을 끝내고 점심식사겸 당일치기로 밤새 슬리핑버스로 왔던 관광객중 하노이로 돌아갈 일부 관광객들을 배려해서 하노이에 비해 왕복요금은 물론이고, 기본요금도 하노이보다 3배정도 비싼 17,500동 하는 택시를 타고 금방 호텔로 복귀했다.
그런데, 점심식사후 바깥은 어느새 안개로 가득찼고,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한 콜럼비아에서온 루이스와 두바이에서 온 인도소녀(?) 메그넌과 의기투합해서 비를 맞으며 호텔 뒷편 언덕위에 있는 판시판산 출발점인 사파스테이션 근처의 카페에서 에그커피와 녹차케익을 먹으면서 수다의 세계로 깊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오전트레킹으로 수고한 발에게 맛사지를 해 주기로 하고, 매그넌이 깎고 깎아서 9만동에 45분간 머리와 경추와 어깨와 등과 발맛사지를 받고 총총걸음으로 호텔로 돌아와 당일치기로 온 나보다 형 같아보이는 한살 아래 루이스와 25살 소녀 메그넌을 하노이로 먼저 보냈다.
객실에 들어와서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에, 5일간 입었던 옷들을 프론트에 세탁 맞기고 저녁은 캐나다에서 온 스물두살 동갑내기 아가씨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조금 부족하다 싶게 먹었다.
1994년도에 미국 뉴저지에서 부터 장장 9시간 야간 운전끝에 버펄로를 거쳐 캐나다 쪽 나이아가라폭포에 갔었던 이야기를 하니, 본인들 태어나기 2년전이라 해서 한참 웃었다.
캐나다에서 온 아가씨들도 야간 슬리핑버스로 식사후 하노이로 돌아갔다. 그러고보니 대부분이 당일치기 관광객들이었던거 같았다.
이렇게 사파에서의 첫날을 보냈다.
밖에는 굵은 비가 내리고 있어서 내일 12km 라오차이/타반트레킹이 약간 걱정되면서 잠을 청했다.
'하노이·사파·닌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파(SAPA)의 판시판산 정상에서 안개에 파묻히다. (0) | 2018.10.18 |
---|---|
사파(SAPA)의 소수민족마을 라오차이 / 타반 트레킹 (0) | 2018.10.17 |
사파(SAPA)로 (0) | 2018.10.16 |
닌빈(Ninh Binh)의 짱안(Trang An) - 바이딘 사원 (0) | 2018.10.14 |
닌빈(Ninh Binh)의 짱안(Trang An) - 보트 투어 (0) | 2018.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