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서향 향기 짙은 백양사의 봄

Chipmunk1 2025. 4. 10. 08:08

2025. 04. 03.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온실이 아닌 노지에서 향기가 천리를 간다 하여 천리향이라 불리기도 하는, 뭍에서는 꽤나 큰 규모를 자랑하는 군락이 있는 장성 백양사의 서향 한그루가 청운당 앞 연못가에 덩그마니 서서 겨우내 빨간 열매가 맺혀있던 청운당 끄트머리 호랑가시나무 너머 신비롭게 만개한 고불매를 바라보며, 붉은빛 하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그네의 짧은 지식으로, 육지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자생 군락지로 알고 있는 사천왕문과 범종각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서향의 향기가 고불매의 은은한 향기를 지우고, 살랑이는 봄바람에 실려 백양사 경내를 찾은 뭇사람들의 코끝을 짙은 향기로 사로잡습니다.

바위틈에 한 그루씩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는 제주도 남원의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의 그것 과는 달리, 다닥다닥 한그루의 나무인양 나지막한 담의 형태를 이루고 백학봉을 올려다보며 만개한 서향이 한꺼번에 뿜어내는 향기는 마치 좁은 공간에 짙은 방향제를 뿌려놓은 듯, 고불매를 향해가는 이들의 바쁜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늦깎이 봄이, 백양사 서향의 향기를 타고 백암산 백학봉을 넘어 북쪽으로 바삐 달려가니, 백양사의 봄은 시나브로 깊어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