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26.
안동에 내려오면 습관처럼 찾게 되는 월영교에서 물안개의 훼방 없이 제대로 된 해돋이를 보는 것이, 2003년도에 준공되었지만, 2005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한 이래로 처음이지 싶습니다.
비록, 영하 6도까지 내려간 초겨울 추위에 온몸이 얼어붙어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지만, 산등성이를 넘어오기 시작한 아침해의 신비스러움에 꼼짝 못 하고 두 시간 가까이 장승처럼 한 곳을 지키고 서서 해맞이를 합니다.
시시각각으로 산등성이를 뚫고 성큼성큼 올라오던 해가 순식간에 쑤욱하고 하늘로 떠오릅니다.
대개는 물안개와 구름 속으로 숨기 바빴던 해가 오늘만큼은 아무런 방해도 없이 점점 강물 속에서 멋진 데칼코마니를 만들면서 찬연하게 아침을 열어줍니다.
어느덧 월영정 위를 넘기 시작한 강력한 햇볕이 월영정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고 월영정 아래로 길게 윤슬을 만들며 중천을 향하고 있습니다.
금빛물결보다는 윤슬이라는 예쁜 이름으로 강물 위에 은하수를 깔아놓은 아침햇살을 뒤로하고 굳어버린 몸을 서서히 움직이며 월영교에서의 해돋이를 갈무리합니다.
밤새 얼어있던 강변의 미국쑥부쟁이들이 아침햇살 아래 서서히 기지개를 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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