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여명(黎明)속의 월영교

Chipmunk1 2023. 12. 11. 08:40

2023. 11. 26.

일몰시각에 등이 밝혀지고, 일출시각에 등이 꺼지는 월영교의 화려한 불빛은 한 달도 남지 않은 동지를 앞두고 새벽 여섯 시가 넘도록 월영교를 지키고 있습니다.

아침 해돋이를 시작하기까지는 아직 한 시간 여 더 남은 다섯 시 오십삼 분, 월영교 동쪽 하늘에서 아스라이 붉은빛이 뚫고 들어오는듯한 착시현상을 느낄 정도로 시각적으로 화려하게 인식되는 월영교의 새벽풍경을 여명이 밝아오는 것으로 나그네의 뇌가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월영교는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지만, 해돋이 직전 여명(黎明) 속에서 점점 빛을 잃어가는 월영교의 새벽풍경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야경과는 달리, 태양에 압도당하면서도 새로운 희망이 잉태된 채로 벅찬 하루를 서서히 열어젖히기 시작합니다.

영하 5도를 오르내리는 초겨울의 월영교는 밝아오는 여명에 순응하면서 동쪽 하늘 산등성이를 넘어 올 태양의 전령사에게 월영교의 조명을 양보한 채로 아직 까지는 희미하게 옅은 윤슬이 하나 둘 시나브로 강물에 내려앉고, 머잖아 은하수 군단을 강물 위에 수놓을 본격적인 해돋이가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