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변산 노루목상사화길(2) (위도상사화)

Chipmunk1 2023. 9. 12. 09:20

2023. 09. 02.

부안 변산반도 국립공원의 변산해수욕장 아래 송포항에서 시작되는 부안마실길 2코스는 일명 노루목상사화길이라고도 부르기도 하는데, 송포항 서남쪽 해안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하면서부터 하나 둘 붉노랑상사화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변산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약간 경사진 해안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넓은 언덕 위에 하얀 위도상사화가 바다 건너 위도를 그리워하듯이 한결 같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장관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채석강에서 가깝게 보이는 위도가 원산지인 위도상사화는 위도에서만 자생했기에 그리 이름이 붙여졌겠지만, 이곳 노루목상사화길에는 마치 계란의 흰자위가 가운데 둥글게 위치하고, 계란의 나머지 부분은 노른자 같은 노란색의 붉노랑상사화가 가득 채웁니다.

일찍이 잎은 떨어지고 하얀 꽃이 해안 언덕을 뒤덮은 풍광은 8월 말과 9월 초에 걸쳐서 약 열흘 정도만 볼 수 있도록 허락되기에 불원천리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탐방객들의 설렘은 일 년을 기다려온 기다림의 결실이지 싶습니다.

이제는 위도뿐만 아니라, 웬만한 수목원에서도 어렵잖게 위도상사화를 만나볼 수 있지만, 상당수의 꽃들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듯이, 위도상사화도 위도를 위시해서 위도와 인접해 있는 변산반도에서는 위도상사화 다운 위도상사화를 만날 수가 있지만,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 있는 위도상사화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위도에서 자생하는 원산지가 위도인 위도상사화가 한결 귀하게 여겨짐은 물론이고, 봄이 오면 막 잎이 나기 시작하는 여린 상사화 묘목을 불법 채취해 가는 나쁜 손들은 위도상사화가 위도를 위시한 노루목상사화길에서만 위도상 사화답게 꽃이 핀다는 사실을 깨닫고 불법채취를 멈추길 바라봅니다.

작년보다 훨씬 풍성하게 개화한 위도상사화 사이사이에 (분홍)상사화가 존재 감 없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치 접두사가 붙지 않는 상사화의 존재감을 보여주려는 듯, 하지만 개체수가 너무 적기에 내년에는 상사화의 개체수가 조금 더 늘어도 괜찮겠다 싶은 마음으로 내년을 기약하며 위도상사화와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