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07.
수년 전 1월 초, 외돌개와 외돌개 오른쪽 해안 사이 협곡으로 해가 넘어가는 장관에 취해 두시간여 동안을 덜덜 떨면서 서 있었던 기억을 되살려 같은 장소를 찾아 해넘이를 기다렸다.
일몰 예정 한시간여 전 부터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 태양을 외돌개와 외돌개 오른쪽 해안 사이의 좁은 협곡사이에서 맞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좁은 협곡을 벗어나 오른쪽 해안 위로 옮겨가고 있었다.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기에, 계절에 따라 태양이 지는 방향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한겨울에 보았던 장소에서 해넘이를 보려던 나의 고루함을 탓해야지,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태양을 돌고있기에 그리 보이는 것을, 내 눈의 중심에 맞춰서 우주가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세상도 그리 돌아가는 것을, 변화에 적절히 적응하지 못하는 나를 탓해야지, 나보다 먼저 태어난 지구를 탓하고, 태양을 탓하고, 우주를 탓할 수 없듯이, 세상을 탓할수는 없지않겠는가?
어렴풋이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라고 초등학교 자연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떠오르지만, 사실은 사만천년을 주기로 22.5도에서 24.5도로 자전축이 변하고 있다하니, 내가 살아있는 찰라의 순간에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세상은 지구의 자전축의 기울기가 조금씩 늘 변화하고 있듯이, 부지불식간에 항상 변화하고 있다.
변화에 반 발짝 앞서 변하지 않는다면, 정체되는 것이 아니라 도퇴되는 것이다. 변화를 즐기는 사람 보다는 현재에 안주하고픈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에 살고있지만, 어쩌겠는가? 세상은 지구의 자전축이 체감하지 못하는 긴 시간 동안 변하고 있듯이 항상 변하고 있음을......
외돌개와 외돌개 오른쪽 해안 사이의 협곡으로 지는 해는 아직 시기상조임을 깨닫고 해안 언덕위를 넘어가는 해의 향연을 대충 마무리하고 황급히 이십여미터 왼쪽으로 자리를 옮겨, 강정포구를 막 넘어가기 시작한 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도 한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외돌개와 외돌개 오른쪽 해안 사이의 협곡으로 떨어지는 해를 다시 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자전축 주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지만, 육십갑자를 한바퀴 돌고나니, 세상보는 눈이 조금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는것 같아 다행이다.
우주와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외돌개 해넘이를 보며 새삼 깨닫는다. 과거에 보았던 멋진 장관은 늘 그 자리에서는 볼 수 없지만, 내가 움직여서 보는 위치에 변화를 준다면, 비슷하게나마 지난 시절의 장관을 다시 볼수도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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