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사려니숲길을 다시 걷다 2017. 4. 15

Chipmunk1 2017. 4. 15. 23:00

2017, 4. 15(토)


    작년 사려니 숲길의 미진했던 만남을 해소할겸, 올레길의 중독도 풀겸 사려니 숲길로 갔다. 사려니 숲길을 5Km 정도 남겨놓고 이른 아침부터 음주 측정을 하고 있는 모습은 이곳도 육지를 닮아가는듯 싶어 청정 제주의 이미지가 변색될까 염려가 되었다. 사람이 자연을 보호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자연은 우리에게 재앙을 선물하는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안내소에서 시작해서 비자림숲을 지나 물찻오름과 혼자는 꺼름직 했던, 삼나무 숲길 탐방로와 오솔길 산책로를 지나 붉은오름이 시작하는 사려니 숲길 입구를 왕복하는 20Km 코스는 걷는 내내 향이 제각각인 피톤치드의 부페에 온것 같았다.


    혼자는 들어가기가 꺼려졌던 삼나무숲길탐방로를 친구와 도란도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걷는 것도 좋았다.


    붉은오름 입구에서 간단히 새우버거와 한라봉주스로 점심을 대신했다. 따뜻한 봄햇살을 맞으며 노상 이동 벤치에서, 직접 착즙한 신선한 100% 한라봉쥬스와 트럭 노점에서 직접 만든 수제 새우버거의 만남을 말로 표현하기에 나의 어휘력은 한계를 느꼈다.


    사려니숲길의 또다른 출발지점인 붉은오름 초입의 붉은오름 오솔길의 아기자기함과 신선함은 하루종일 걷고 또 걷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에 충분했다.  저 만치 야외웨딩 촬영중인 신혼커플에게는 이곳 붉은오름 오솔길이 행복을 시작하는 행복의 오솔길로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되어, 살면서 힘든 시간이 찾아올때 마다 꺼내보고 웃으면서 극복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단지, 나의 생각이지만.ㅎㅎㅎ).


    돌아오는 물찻오름 에서의 달콤한 휴식은 쌓인 피로를 한방에 날려 버렸다. 벤치에 나란히 눕자마자 친구는 곤한 잠에 빠졌고, 누워서 올려보는 하늘은 나뭇잎이 가리고, 나뭇잎 사이로 강렬한 햇볕이 신비롭게 비춰졌다.

얼마를 누워 있었는지, 생각지 않았던 자동차 소리가 나서 눈을 뜨니, 사려니 숲길의 관리를 담당하는 꼬맹이 전기자동차가 앞에 와서 정차했다. 너무 신기했다. 이렇게 수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니, 사려니 숲길이 잘 유지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기꺼이 응해주시는 관리하시는 선생님의 양해를 얻어 기념촬영도 했다.


    오랜만에 제대로된 식사다운 저녁으로 제주닭으로 유명한 조천의 닭요리 전문점 닭곰탕을 먹고 행복한 마음으로 숙소에 돌아왔다. 아직도 제주는 어디를 가든지 유채꽃의 향연이 제주를 더욱 제주답게 꾸며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