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쇠소깍 한반도정원 큰엉 물영아리오름

Chipmunk1 2017. 4. 18. 22:00

   2017. 4. 18(화)

    

    이번 여행의 피날레를 19코스와 5코스를 놓고 저울질을 하던 끝에 처음 올레길에 온 친구에게 적합한 오름이 없는 5코스였다. 물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엔 역올레를 하기로 하고 쇠소깍으로 달렸다.

 

    1년 만의 쇠소깍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5코스 종점이 쇠소깍다리 서측으로 700미터 정도 줄어 들었고, 쇠소깍의 보트와 카누가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쇠소깍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영화 "건축학 개론"의 촬영지로 알려진 "서연의 집"은 차와 사람들로 북적이던 작년과 다르게 너무 조용했다.


 

    위미항과 동백군락지를 지나 큰엉 입구의 나무터널을 지나면, 언제나 신비감을 주는 한반도정원이 나타난다. 아기자기한 큰엉 오솔길을 빨리 지나치기가 아쉬워 습관적으로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고, 파도소리가 점점 시원하게 들리는 바다를 보면서 마냥 걷고 싶은 간절함은 다음 여행을 자연스럽게 마음으로 확약을 하게 된다.


 

    너무 빨리 남원항이 눈에 들어 오니 아쉬움만 잔뜩 묻어난다.


 

    남원읍사무소 앞에서 버스를 타고 쇠소깍으로 되돌아와 조천의 교래손칼국수집에서 토종닭이 거의 반마리는 들어간 듯한 닭칼국수에 기가막힌 깍두기가 환상의 궁합을 이뤘다. 너무 배가 불렀지만, 남은 진국과 깍두기가 추가로 밥한공기를 시켜서, 친구와 반반 사이좋게 깍두기 한통도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ㅎㅎ


 

    아쉬운 마음에 붉은오름 사려니숲길을 거슬러 지나쳐 남원읍 수망리에 있는 람사르 습지로 잘 알려진 물영아리오름의 매우 가파른 팔백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호기롭게 출발은 했지만, 다리가 후들거릴 때마다 쉼터를 두어번 거친 끝에 물영아리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정상에서 약 230미터를 내려가니, 축구장 정도 크기의 분화구가 제법 물을 머금은채 신비롭게 자리하고 있었다. 바로 람세르습지가 거기에 있었다.


 

    분화구 람세르 습지를 지나 탐방로 전망대에 당도하니, 멀리 가시리 녹산로가 아직도 노랗게 시야에 들어왔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 물영아리 아래의 초지에서 풀을 뜯는 귀여운 노루 십여마리가 괴성을 지르면서 이리저리 자유롭게 자생하고 있었다.


 

   이렇게 9박 10일은 끝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