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해넘이
큰맘 먹고 마라도에서 1박을 하기로 하고, 마지막 배를 타고 마라도에 입도를 해서 바로 서쪽 해안으로 나아가 해넘이를 기다렸다. 마라도 날씨 치고는 바람이 부드러웠고, 얇은 옷을 입었지만 전혀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해가 있는곳 아랫 부분에 잔뜩 구름이 끼어 있어, 멋진 일몰은 거의 포기한 채로 해를 응시하고 50여분을 꼼짝 않고 바닷가 바위에 앉아 바닷바람을 즐기고 있었다. 예상했던대로, 아쉽게도 해가 구름 사이로 내려가서는 더 이상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해넘이 구경은 절반의 성공은 된다고 자평하고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마라도는 듣던대로 낚시의 성지이고, 낚시 매니아들로 게스트하우스는 가득했다. 숙박비만 오롯이 1박에 이만오천원이라고 주인아저씨가 퉁명스럽게 이야기하고는, 첫방의 1층에 자리를 정해줘서 들어가 보니, 방금 누군가가 누었다 일어난듯한 침대는 전혀 정리가 되어있지도 않았고, 저녁은 1식에 만원인데, 그것도 낚시꾼들의 일정에 맞춰 먹어야 한다고, 그것이 이곳의 규칙이라고 간단히 이야기 한다. 도저히 이곳에서 잠을 잘 수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민박집에 전화를 해서 예약을 하고 민박집으로 숙소를 옮겼다. 민박은 예외없이 마라도내에서는 공정가격이 1박에 오만원이고, 식사는 1식에 만원인데, 오늘 저녁은 돼지국밥을 주문해서 줄 예정이라해서 저녁은 그냥 두라하고, 남아 있는 견과류로 간단히 요기를 했다. 식당들은 마지막 배가 출항하면 즉시 문을 닫는다고 한다.
마라도는 숙식이 열악해도 너무 열악했다.
육지에서는 집안에서 '돈벌레'라고 불리우는 벌레가 돌아 다니면 상서롭게 생각하는데, 마라도에서는 '바다벌레'라 불리우는 벌레를 상서롭게 생각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검지손가락 만한 벌레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자체가 유쾌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엄지손가락 만한 바퀴벌레 까지 합세하니, 이불도 제대로 못 펴고, 불을 켠채로 벌레들을 잡으면서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새벽 5시가 조금 지나서 부터 마라도 둘레길을 서쪽방향으로 부터 남쪽 방향으로 걸으면서 한가닥 해돋이를 볼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었으나, 끝내 하늘은 마라도에서의 일출을 허락하지 않아 먼 바다에서 조업중인 고깃배의 불빛을 보면서 하염없이 구름이 가득낀 동쪽바다를 오래도록 바라봐야만 했다.
새벽부터 구름이 잔뜩 낀 우울모드로 시작된 마라도의 아침은,
3Km가 채 못되는 마라도 둘레길을 세바퀴 돌고 나서야 여기저기서 사람들 움직이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후레쉬 없이 걷기에 무리가 없었다.
마지막 배가 떠나면 마라도에서는 밥을 파는 식당이 없다. 물론, 짜장면도 팔지 않는다. 천상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주는대로 밥을 먹는 도리밖에는 없다. 이해는 가지만, 일몰이나 일출을 보기위해 밤을 지내야하는 소수 관광객들을 위한 배려가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마라도에서 1박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나보다.
?마라도의 톳 짜장면으로 아침을 먹다?
마라도 주민들이 인정하는 마라도 3대 짜장면집을 소개할까 한다.
마라도 짜장면에는 너나 할것없이 톳을 오이 넣듯이 넣는다.
선착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에 별장짜장면 집이 있다.
어제 오후 4시반 경에 식당 문을 닫았다는 말을 듣고, 아침 8시30분에 짜장면을 만들어 주십사 부탁하고 예약하고 시간보다 10여분 늦게갔다.
10분정도 기다리다가 짜장면 한그릇을 받았다. 조금은 감격스러웠다. 마라도 들어온 이후 첫 끼니를, 그것도 아침을 짜장면으로 먹게될 줄은 마라도 들어오기 전까지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배가 고파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면이 쫄깃쫄깃 식감이 그만이었다.
간도 딱 맞았다.
마파람에 개눈 감추듯 해치우고 첫배가 출발하는 9시 55분 까지는 30여분 시간이 남아서 다음 장소로 이동해서 한그릇 더 하기로했다.
선착장 내려가는 길을 코 앞에 두고, 심봉사가 눈을 뜰 정도로 맛에 자신이 있다는 '심봉사 눈뜬 톳 짜장 짬뽕집"으로 들어가니, 지금은 짜장면만 준비가 된다하여, 주저없이 짜장면을 주문했고, 5분 만에 짜장면이 나왔다.
독특하게 면 색깔이 약간 짙은 메밀면 같아보여 주인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면에 톳을 갈아 넣어서 그런 색이 나온단다.
면발의 쫄깃거림은 별장 짜장면집 보다는 덜했지만, 톳의 고유향이 식욕을 북돋는 것 같았다.
마라도 내에서 맛이 최고라고 소문이 난 '마라도해녀촌짜장'이었지만, 뱃시간이 촉박해서 시식은 다음으로 기약하고 선착장으로 아쉬운 발길을 옮겼다..
비록 일출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마라도의 1박2일은 감동이 있었다.
노오란 억새가 춤을 추는 마라도는 일주거리가 3키로도 안되는 작은 섬이다. 아침에 일어나 해돋이 대신 섬을 천전히 세바퀴 돌았지만, 변화무쌍한 기후와 바람의 세기가 시간마다 새롭게 느껴져서 하루 종일 걸어도 실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마라도를 남북으로 나누어 북쪽에서 사방을 살펴보니, 북쪽으로는 가파도와 송악산과 산방산이 촘촘하게 이어져 있었다. 비록, 날이 흐려서 희미하게 보이긴 했지만, 제주도와 마라도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9시55분에 출발한 첫배가 서서히 송악산 선착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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