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 둘러보기, 그리고 서귀포 대포항 해넘이
작정을 하고 새벽 5시에 오르기 시작했던 성산일출봉, 벌써 세명의 사나이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해돋이 명당을 차지하려고, 6시 55분인 성산일출봉의 해돋이 시간 보다 물경 한시간 이상을 세찬 바람을 이겨내며, 자리를 잃을까 꼼짝않고 서서,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먼저 온 사나이 셋과 함께.ㅎㅎㅎ
광치기해변과 멀리 한라산이 희미하게 여명에 서서히 노출되면서, 일출봉 전망대에는 하나둘씩 구경꾼들이 국적불문 모여들기 시작했다.
전망대를 가득 매운, 입장료 없이 올라온 인파들의 환호성에 못 이기는 척,
이윽고, 기다리던 해가 구름 속에서 떠올랐으나,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철새들이 떼를지어 물위에서 동시에 날개짓하는 소리가 마치 폭포수 소리 같이 들리는, 갈대가 우거질대로 우거진 고성의 철새도래지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일대의 전경은, 가을하늘의 한껏 뽐냄과 잘 어우러지는 환상속의 깊어가는 가을이었다.
새벽부터 일출 보느라 극성을 떨은 덕에, 일출봉 아래에 있는 숙소에서 광치기해변 까지 걷는 것이 조금은 피곤했다.
광치기해변 주변에 있는 4•3유적지에서 희생자 추모제가 열리는 날이라는 현수막과 유족들을 보면서, 숙연한 마음으로 2코스 시작점을 찍었다.
구름 한점없이 화창한 전형적인 가을길을, 광치기해변을 지나 고성길을 가볍게 지나면서 바오름에 오르기 전 자켓을 벗고, 중간 스탬프가 있는 홍마트를 지나 지리할 정도로 대수산봉 입구까지 터벅터벅 걸었다.
걷는 내내 성산일출봉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치를 바꾸다가, 혼인지에 가까워 오니, 더 이상 성산일출봉이 따라오지 않았다.
혼인지에 도착하니, 마침 전통혼례 재연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그리고, 혼인지 연못을 한바퀴 돌아 온평포구를 향해 전형적인 가을 하늘을 지붕삼아 가을의 낭만을 한껏 만끽했다.
어정쩡하게 점심을 건너뛰고, 온평포구에 도착하니 낯익은 얼굴이 저만치서 환한 미소를 머금고 다가왔다. 처음엔 개그맨 유민상인 줄 착각했다.
전주에서 축제에 참가해서 첫날 뒤풀이 저녁시간에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고, 축제 마지막날 우연히 함께 점심을 하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축제가 끝나고 멸치국수 한그릇 나누고 작별을 했던 그가, 나를 9코스 숙소 부근 까지 데려다 주겠노라, 차를 대령하고 기다리고 있었던게다.
그렇잖아도 버스타고 갈 일이 꽤나 부담스러웠는데, 고마운 마음에 사양도 못하고 냉큼 차에 올랐다. 한참을 가다 일몰이 시작되는듯 하여, 주변에 있는 대포항에서 숲사이로 넘어가는 해넘이의 장관을 보고, 저녁식사를 같이하고 무사히 숙소가 있는 대평리에 도착했고, 착한 아우는 숙소가 있는 머나먼 표선으로 길을 떠났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하루가 지나고 있다.
축제의 긴 여운을 길게 길게 남겨 놓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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