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가파도(올레길 10-1) / 송악산(올레길 10)

Chipmunk1 2017. 4. 11. 23:00

2017. 4. 11(화)



    새벽내내 빗소리에 가슴 조리다, 아침 식사후, 거짓말 처럼 날이 개이기 시작했고 그 길로 모슬포항으로 내 달렸다.  다행스럽게도 가파도행 10시 배에 올라, 세찬 바람에 청보리가 춤을 추는 가파도에 입도했다.


  오래된 습관처럼 시작점 간새를 찾아가 패스포드에 스탬프를 찍었다.  전문 올레꾼들은 10-1이라 표시된 코스 안내판 아랫 부분이 나오도록 인증샷 앵글을 맞추는데, 선배는 인물 중심으로 찍다 보니 코스명 표시는 보이질 않는다.ㅎㅎ

    참고로, 나는 선배에게 제주올레길 가파도(10-1)코스의 추억을 아낌없이 선물했다. ㅋㅋ


  자그마한 섬이 온통 청보리로 뒤덮힌 가파도는 겨울에 느꼈던 삭막한 느낌 보다는 훨씬 풍요롭고 신선했다.


  아직 떠나기가 아쉬운듯 노오란 유채꽃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용궁식당에서의 점심은 가파도에 대한 기억이 언제나 별 다섯개 행복일 것만 같았다.ㅎㅎ


    멀리 바다 너머 보이는 삼방산을 배경으로 마지막 가파도의 사진을 끝으로 12시 40분경에 모슬포항에 도착했다.


    내친 김에 10코스를 역올레 하기로 맘 먹고 하모체육공원에서 송악산으로 방향을 잡아 바삐 걸음을 옮겼다.


    육지로의 출하를 코앞에 둔 제주 무우가 어느새 다 자라 버거운 비닐 아지트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늘 냄새가 진동하는 마늘 단지가 송악산을 지나 산방산 아래 까지 끊임없이 펼쳐졌다.


    드디어 송악산이 눈에 들어올 즈음, 송악산 입구에 펼쳐진 광활한 유채꽃밭이 반갑게 맞아준다.


    송악산 쉼터에서는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제막(제주막걸리)과 가파도 식당에서 포장해준 게볶음을 안주로 40년 우정을 토스했다.


  소나무 데크를 통해 송악산 둘레길을 걷노라니, 송악산의 새로운 절경이 시선을 붙잡는다.


    60을 바라보는 세남자들의 기력이 쇠잔해 질 무렵, 산방산 서남쪽 자락에는 아직도 꽃송이가 만발한 동백 아가씨들이 출중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오후 다섯시 반에 화순금모래해변을 3.5키로 남긴, 산방산 둘레길 서쪽 모퉁이에서 일행의 내일 7코스 도전을 위해, 남은 10코스는 모레쯤 완주하기로 하고, 숙소가 있는 서귀포 올레시장 옆(지난번에 갔었던, 생갈치전문식당)에서 갈치국으로 저녁을 하고, 파김치가 다 된 천근만근되는 몸으로 슬로씨티호스텔에 도착했다.


    역시, 슬로씨티호스텔은 이름 그대로 slow city를 실천하는듯 싶다......TV는 룸에도 공용시설에도 없이, 단지, 세월의 흔적만 잔뜩 묻어나는 책들만 눈에 띈다.  그래서 오늘도 그냥 조용히 잠을 청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