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 12(수)
미세먼지가 새벽부터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사마스크를 챙겨서 서둘러 숙소에서 500 여미터 떨어져 있는 올레여행자센터로 이동, 7코스를 시작했다.
작년에는 외돌개에서 시작을 했었는데, 외돌개가 너무 복잡해서 그랬는지 시내중심 쪽으로 이동해 코스길이는 길어졌지만 서귀포 시내에서 접근하기가 용이했다. 그리고, 서귀포칠십리공원을 지나, 삼매봉 정상에서 바라 보는 한라산과 문섬은 한폭의 그림이었다. 예전의 6코스와 7-1코스의 백미를 7코스가 다 담고 있었다.
가파른 삼매봉을 내려오면서 안고 온 심한 갈증은 외돌개 입구에 있는 카페에서 한라봉과 귤을 일정비율100% 착즙시킨 돌봄주스와 하귤주스로 말끔하게 풀고,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사장 할머님의 리필 돌봄주스 까지 말끔히 흡입했다. 계산하고 나오려는데, 할머니가 쫒아 나오시며 백팩옆에 꽂혀 있던 1/3정도 생수가 남아 있는 생수병을 빼시더니, 물 담아가라고 정수기에서 가득 물을 채워 백팩에 다시 넣어주신다. 고객의 뒷모습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할머니의 감동 마케팅을 한수 배웠다. 나는 바로 할머니의 로얄고객이 되고 말았다.ㅎㅎ
기분좋게 외돌개에 당도하니, 생각보다 많은 가족단위 관광객과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빼곡히 둘러서서 외돌개를 스마트폰에 담고 있었고, 개중에는 망원렌즈가 달린 고급카메라에 외돌개의 절경을 담고 있었다.
예전보다 3키로 정도 길어진 코스가, 서귀포여고를 지나, 제법 분위기가 있는 범섬앞의 포장마차에서 허기에 지친 발길들을 쉬고 가게 하고 말았다. 모듬 해산물과 제주막걸라는 제법 어울리는 조합이었고, 해물라면 역시 양은냄비의 추억과 함께 여행의 맛을 더해 주었다.
아름다운 풍광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해변을 따라 중간스탬프가 있는 아름다운 켄싱턴 리조트를 지나니, 아직도 작년 그대로 강정마을의 거리풍경은 변함이 없었지만, 거의 완성되어가는 새로운 군사도시는 철재팬스를 걷어내고, 성당과 교회와 사찰이 완공된 새로운 도시로 거듭나고 있었고, 크루즈 터미널 공사현장에는 머잖은 완공을 목표로 쉴새없이 공사차량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도시에서 주민들의 그림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윽고 월평포구에 들어서니 아스라이 육안으로 마라도와 가파도, 그리고 송악산과 삼방산이 한눈에 들어왔고, 한라산이 우뚝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7코스 종점 스탬프가 있는 송이슈퍼앞 나무의자에 앉고 보니 오후 3시 30분이었다.
부랴부랴 버스를 타고 서귀포 숙소로 돌아와, 표선의 가시리 녹산로를 향해 달렸다.
한참을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펼쳐진 녹산로의 유채꽃과 거의 떨어진 벚꽃닢은 조금 늦게 찾은 아쉬움에 발길을 돌리려 하는 찰라, "좌회전" 하라는 선배의 짧은 외침에, 상상하지도 못했던, 끝도 없을것 같이 펼쳐진 유채꽃밭을 마주하고나니, 내게는 감동감동 그런감동이 다시는 찾아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놀라운 환희를 맛 보았다.
내년에는 한두 주 당겨서 다시 와야겠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저녁을 위해 서귀포 올레시장 부근의 쌍둥이횟집에 정확히 만 1년만에 다시왔다. 여전히 표를 받고 대기하는 진풍경은 여전했다. 주차장이 식당건물 바로 앞으로 이전해 편리함은 있었지만, 부족한 주차장 공간은 약간 짜증스럽게 했다.
어제는 거의 "좋다"라는 표현이 없던 친구는 외돌개 카페에서 부터 범섬앞 포장마차 뿐만 아니라, 쌍둥이횟집에서 조차 "좋다"라는 말을 셀 수 없이 많이 해서 나를 흐믓하게 해주었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씻고 잠이 든 친구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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