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야기

담양 명옥헌 원림(潭陽 鳴玉軒 園林)의 동백꽃과 매화에 매료되다

Chipmunk1 2025. 4. 13. 02:10

2025. 04. 06.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후산길 103 (고서면)에 위치한, 명승 제58호(2009.09.18 지정)된 명옥헌 원림(鳴玉軒 園林)은 조선시대 선조 인조 시대의 오희도가 살던 집의 원림(자연에 약간의 인공을 가하여 자신의 생활 공간으로 삼은 것인데, 그 안에 정자를 짓기도 하고 나무나 꽃을 심어 정원을 꾸미기도 함)을 오희도의 아들 오이정이 그 터에 명옥헌을 짓고, 명옥헌 앞뒤에 네모난 연못을 파서 연못 주위에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꾼 것이 오늘날 배롱나무(목백일홍)의 성지로 거듭나, 여름이면 석 달 열흘 동안 수령이 물경 350여 년 된 배롱나무에서 붉은 꽃이 장관을 이뤄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여름의 배롱나무 꽃 못지않게, 봄이면 명옥헌과 연못 사이에 거대한 연분홍 매화와 동백꽃이 환상의 조합을 이루고, 특히 동백꽃잎과 매화꽃잎을 좋아하는 직박구리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명옥헌 원림에 봄이 왔음을 인증합니다.

붉은 동백꽃이 활짝 핀 동백나무 아래 먼저 피었던 동백이 낙화하여, 땅에서 두 번째 피어나고, 나그네의 가슴에서 세 번째 동백이 피는 4월의 봄이 꽃샘추위를 이겨내며 절정을 향하고 있습니다.

꽃받침은 분명 홍매임이 분명한데, 꽃의 색감이 마치 백양사의 고불매와 비슷한 수줍은 옅은 분홍색을 하고 있는 거대한 매실나무가 가지마다 풍성하게 꽃을 피우니, 수줍은 옅은 분홍 꽃잎을 한 홍매가 명옥헌 원림의 봄을 대변합니다.

아침 햇살이 찬연한 명옥헌 원림에 이웃한 동백아씨와 홍매 처자가 사랑이야기를 정겹게 나누고, 직박구리들 마저도 꽃들과  수다삼매경에 빠져있는 명옥헌 원림의 봄은, 비록 명옥헌 뒤 수선화는 봄이 오다 해찰하는 바람에 언제 필지 알 수 없으나, 동백과 매화가 낙화하기 전에는 개화하여, 명옥헌 원림이 꽃과 새의 사랑이야기로 봄이 가는 줄 모를 듯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노란 수선화가 만개하여 봄이 절로  익어가는 명옥헌 뒤꼍의 또 다른 따스한 색감의 봄을 만끽하고 싶은 바람을 남겨놓습니다.

주차료와 관람료가 무료인 명옥헌 원림에서 불과 십리 정도 떨어져 있는 소쇄원(瀟灑園)의 관람료가 2,000원임을 감안한다면, 명옥헌의 관람료가 무료인 것은, 비록 소액이지만, 담양을 찾는 타지의 사람들은 작지만 따스한 행복을 선물 받는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