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4. 06.

전남 담양군 가사문학면 소쇄원길 17에 위치한 소쇄원은 담양의 다운타운에서 한적하게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가고 오는 길에 명옥헌 원림과 남도풍경 정원을 표방하는 죽화경(전라남도 제2민간정원)이 있어, 거리에 비해 자주 찾는 곳 중의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쇄원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시나브로 봄이 깊어갑니다.

어느새 제월당 앞뜰의 커다란 홍매화는 지고, 뒤꼍의 청매화도 졌는데, 청매화 옆 앵두나무는 탐스러운 하얀 꽃을 활짝 피우며 막바지 봄을 예견하게 합니다.
"꽃잎은 5장이고 넓은 도란형이며, 열매는 핵과이고 둥글며 6월에 붉은색으로 익는다"라고 각종 문헌에 소개되고 있는 앵두나무(Korean Cherry)지만, 여름이 시작되면, 소쇄원의 앵두나무에는 흰꽃이 피고 붉은색 열매가 아닌 고고한 선비의 면모(面貌)를 한 하얀색 열매가 익어갑니다.

봄의 전령사 산수유 노란 꽃이 2월에 앙증맞은 꽃몽오리를 만들어 내더니 3월과 4월에 만개하여, 가장 오랫동안 소쇄원을 지키다가, 5월이면 봄과 함께 떠나는 산수유가 봄의 한가운데에서 여전히 광풍각과 제월당을 환하게 밝혀줍니다.

광풍각 앞을 흐르는 계곡 건너 작은 사각 연못에 꼬물꼬물 수십수백 올챙이가 어느새 부화되어 개구리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으니, 소쇄원의 봄은 개구리의 탄생을 기다리는 또 하나 봄의 여운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렇게 많은 올챙이가 시나브로 개구리가 되어 늦은 봄 소쇄원을 서서히 점령하다, 소쇄원에 여름이 오면 오래된 주인 행세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광풍각 뒤편에 한그루 우뚝 서서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수사해당화의 만개가 기대됩니다.

제월당으로 가는 작은 길옆 경사진 작은 언덕에 홀로 서있는 작은 홍매화나무가 서서히 소담스럽게 만개한 붉은 겹꽃을 거둬들이며, 소쇄원과의 긴 작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만나자 이별이라더니, 소쇄원 뒷동산 오솔길옆 동백나무에 한 달 새 앙증맞은 애기동백꽃이 송알송알 매달려, 소쇄원의 봄이 절정에 올랐음을 암시하려는 듯, 잔인한 사월의 봄을 견인합니다.
소쇄원 뒷동산 오솔길에 동백꽃이 피니, 이제 소쇄원의 봄은 절정에서 내리막길로 치달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언젠가 여름이 오기 전 다시 찾게 될지도 모르는 소쇄원과의 짧은 이별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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