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서향(瑞香)과 천리향(千里香)

Chipmunk1 2024. 3. 20. 06:28

2024. 03. 12.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잊었던 서향의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그래서 그댈 천리향이라 부르는가 보다

연못을 지나가기도 전부터 작은 방안에
방향제 한 병을 한꺼번에 쏟아 놓은 듯한
진한 향기가 발걸음을 얼어붙게 만든다

수십 그루의 서향이 연못 주변에 촘촘하게 모여
천연의 향기를 맘껏 내뿜으며 수다가 한창이다

육지에서는 화분이나 온실에서 재배하고 있지만
이곳 제주에서는 밖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오면
만개하여 짙은 향기를 품고 백색 주황색 꽃으로
불멸과 명예라는 꽃말에 걸맞게 봄을 열어준다

이 향기를 남김없이 모두 호리병에 담아
일 년 내내 곁에 두고 나 홀로 즐기고 싶다

허공을 떠돌고 지나는 사람에 묻어감이
마냥 아깝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집진시설을 만들어 향을 모을 수도 없고
꽃만 따서 커다란 통에 모을 수도 없으니
새 세상 된 내년 삼월 그대 향기 찾아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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