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25.
비록 여름새 이기는 하지만, 언제부턴가 연중 볼 수 있게 된 백로 중 대백로와 중백로 사이에 끼어 주로 하천에서 서식한다는 중대백로와 오랜만에 산책길에서 만났습니다.
그것도 초미세먼지가 잠잠해진 늦은 오후에, 초미세먼지 핑계로 산책시간을 뒤로 미루고 미루다가 오후 4시가 넘어서 시작한 산책길 하천에서 중대백로를 만난 것은 우연 치고는 괜찮은 우연이었고, 기분 좋은 조우였습니다.
온 세상이 오랜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았고, 크리스마스가 끝나가는 오후 늦은 시간에 하얀색 중대백로를 만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갈무리하는 것은 나름 멋진 추억이 아닌가 싶습니다.
먹이 사냥에 열중하는 모습에 빗대여, 속담에서는 '까마귀는 겉은 검지만 속은 희고, 백로는 겉은 희지만 속은 검다.'라고 하는데, 이 말은 까마귀는 겉으로는 음흉스러워 보이는 불길한 존재로 각인되어 있지만 속임수는 쓰지 않는 정직함을 뜻하고, 반대로 백로는 겉으로는 우아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간교하고 위험한 음모를 꾸민다는 뜻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실제로 백로나 황새등은 먹잇감을 잡을 때 미끼를 잡아서 먹잇감을 속이는 속임수를 쓰기 때문에 그런 속담이 생겨났지 싶습니다.
그래서 사기꾼들은 화려하게 보이려 꾸미고 치장하고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맥을 만들고 이용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먹잇감을 사냥하려 하는 사기꾼과 협작꾼들에 의해, 선량하지만 작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기대하는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나서야 후회하고 반성하고 심지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선량한 피해자들이 당해 온 크고 작은 사기 사건들이 유사 이래로 오늘날까지, 작게는 소소한 먹거리부터 크게는 나라를 도둑질당하는 일들까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특히 선량하지만 약삭빠르지 못한 민초들은 그런 암울한 세상에서 신음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백로 중에서 대백로와 중대백로, 중백로 다음으로 가장 작은 백로인 쇠백로가 중대백로의 식사 시간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다가, 중대백로가 어느 정도 배를 채운뒤 먹이 사냥을 시작합니다.
쇠백로 역시 여름새에 속하지만, 근래 들어 여름 철새의 본분을 잊고 한 곳에 머무는 텃새화가 되어가고 있다 하니, 기상이변등 자연환경에 빨리 적응하는 생명체들은 오래 존재하고, 광속으로 피폐해져 가는 자연환경에 제 때 적응하지 못하는 생명체들은 쉽게 도태되는 생태계 속의 적자생존 법칙을 되새겨 봄에, 지금껏 그런 세상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는 그 보다 더 치열한 세상에서 살아내야 한다는 피할 수 없는 암담 해져만 가는 눈앞에 닥친 현실들이 숨 막히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물의 영장으로 태어났기에, 매일매일 꺼질 듯 꺼질 듯 꺼지지 않는 작은 희망의 불씨 하나 가슴에 담고, 어제 보다 더 나은 하루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나그네는 각자도생의 웃픈 마음으로 어제와는 사뭇 다른 미래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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