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함평 용천사 계곡의 물봉선

Chipmunk1 2023. 10. 2. 07:20

2023. 09. 22.

야생화 백과사전(여름편)을 참고하자면, 물봉선은 물을 좋아하는 봉선화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봉선화는 손톱에 물을 들이는데 쓰던 꽃인데, 여기에서 ‘봉’은 봉황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줄기와 가지 사이에서 꽃이 피며 우뚝하게 일어선 것이 봉황처럼 생겨서 봉선화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본래 우리말로는 봉숭아가 맞다고 하기에, 물봉선은 물봉숭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때 홍난파 선생이 ‘봉선화’라는 노래를 만든 뒤부터는 봉선화라는 이름도 많이 쓰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봉선은 우리나라 각처의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로, 습기가 많은 곳이나 계곡 근처의 물이 빨리 흐르지 않는 곳에서 자라며, 키는 약 60㎝ 내외입니다.

줄기는 곧게 서고 육질이며 많은 가지가 갈라지고 마디가 굵으며, 잎은 약간 길쭉한 달걀 모양이고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으며 길이는 6~15㎝ 정도라고 합니다.

또한, 물봉선은 8~9월에 홍자색 꽃이 핀다고 하는데,  꽃자루가 길게 뻗어 있으며, 자주색 반점이 있으며,  끝이 안으로 말리고 아랫부분에 붉은 선모와 작은 포가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야생화 백과사전(여름편)을 두루 살펴본 결과, 함평의 모악산 용천사 일주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가는 사천왕문 앞 오른쪽 계곡의 완만하게 물이 흐르는 석교 아래 꽃무릇과 한데 어우러져, 경사진 계곡을 따라 마치 불이 난듯한 꽃무릇 군락이 사천왕문을 에워싸고 있는 군락 턱밑까지 옹기종기 꽃무릇 보다는 옅은 밝은 자주색꽃을 활짝 피운채 여름을 지나 가을의 용천사 계곡을 점령하고 있는 모습이 물봉선임을 나그네는 한눈에 알아봤고, 한 두송이 눈에 띄던 물봉선 꽃이 깨끗한 계곡물이 잔잔하게 내려와 머무는 평평한 계곡 안팎에 꽃무릇의 호위를 받으며 작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마치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하다가 날개옷을 잃어버리고 용천사 사천왕문 옆 계곡에 머물다, 옥황상제의 배려로 봉황의 날개옷을 하사 받아, 마지막 옷매무새를 다잡고, 승천하기 위해서 정성을 들이는 아름다운 자태의 보랏빛 선녀들이 모여있는 듯 보입니다.

하늘나라에서 입고 왔던 날개옷을 잃은 선녀들이 옥황상제로부터 허락 없이 지상으로 내려간 죄를 용서받고, 다시금 봉황의 날개옷을 하사 받아 하늘나라로 돌아갈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무리들이 바로 우리 중생들이 아닐까 하는 무리수를 둔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펴 보는 나그네의 발길이 계곡에 물봉선 선녀들을 남겨둔 채, 경건한 마음으로 꽃무릇 군락에 완전 포위된 사천왕문을 지나 용천사 경내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