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3. 09. 22.
백합목 수선화과 나도사프란속의 흰색나도사프란은 일명 달래꽃무릇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래서 영광 불갑산의 꽃무릇 틈바구니에서 축제를 즐기고 있는 듯, 드넓은 축제장에 딱 한 곳 그늘진 소나무아래 옹기종기 일가를 이루고 있습니다.
흰색나도사프란이 하필 꽃무릇 축제장에 와 있을까? 의아해했지만, 마치 달래의 줄기와 흡사한 날렵하고 가늘고 파릇한 꽃대 하나하나 마다 하늘을 꼿꼿하게 바라보고 서있는 만개한 꽃의 당당한 모습이 꽃무릇과 닮았으니, 달래꽃무릇이라 하여 꽃무릇축제에 와 있는 건 나름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찾는 이 없어도 올망졸망 순결한 흰꽃나도사프란은 "즐거움", "지나간 행복", "청춘의 환희"라는 꽃말처럼 발견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 보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청순한 외모가 생각지도 않았던 즐거움을 주고, 산책로를 지나며 꽃무릇이라는 행복이 끝나갈 즈음 꽃무릇으로 인해 행복했던 시간을 뒤돌아보게 하고, 아직도 청춘이라는 착각아래 나그네에게도 삶의 환희를 가져다주는 기특한 꽃이 바로 흰꽃나도사프란이 아닌가 싶습니다.
애처로운 작은 꽃몽우리가 별처럼 활짝 펼쳐져서 하늘바라기를 하고 있는 청순한 흰꽃나도사프란을 바라보면서, 최소한 남아있는 생만큼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고 싶은 나그네는 영광 불갑산 꽃무릇 축제장(비록 주체 측은 공식적으로 상사화 축제라고 부르지만, 나그네는 꽃무릇이 홍길동도 아니고, 꽃무릇을 상사화라 부르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의 마지막을 달래꽃무릇이라는 흰꽃나도사프란과 눈맞춤 하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함평으로 바삐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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