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올레게스트하우스 김사장님이 안면이 있다고, 창너머 바다가 바로 보이는 더블베드 침대가 있는 게스트하우스내의 특급호텔급 룸을 흔쾌히 내주셨다.ㅎㅎ
추자십경의 하나인 우두일출을 놓칠 수 없어, 설잠을 자면서 해돋이 시간인 5시 30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새벽 5시 전부터 창을 붉그스름하게 물들이며, 일찌감치 등대산공원에서 해돋이를 기다리게 했다.
오전 10시 30분에 제주항국제여객터미널로 출발하는 배를 타기위해 서둘러 하추자항 버스에 올랐다. 너무나 화창한 추자를 떠나는게 못내 아쉬웠다. 그러나, 다음에 또 올 수 있는 핑계거리를 하추자 여객터미널 대합실에 남겨두고 한일호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17코스가 시작되는 광령1리사무소 앞에 서 있었다.
나와 첫 올레길 인연을 맺은 17코스라 감회가 새롭다. 17.9km를 올레길 기본 지식도 없이 걷다가 물경 30키로를 눈비 맞으며 혹독하게 신고식을 치룬 웃픈 추억이 많은 길이다. 옆길로 가서 올레길과 만날 수도 있었고, 지름길로 가서 올레길을 만날 수도 있었지만, 잘못 온 길은 되돌아 걸었고, 이리저리 돌고 돌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정직 하려고 질러가는 길은 염두에 두지도 않고 우직하게 정도 만을 걷고 또 걸었었다.
이호테우 해변은 벌써 한여름이었다. 피서객을 맞을 해변에 모래를 채우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덕분에 백사장길을 지나는 올레길은 흔적도 없어져 버렸다.
이렇게 땀 흘리며 애쓰고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얼마 후 잘 정비된 해변에서 땀을 흘리며 여름을 즐길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이 또다른 삶의 아이러니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땀을 비오듯 쏟으면서 올라간 도두봉 에는 추자도에도 많았던 꽃말이 "포용"과 "한결같은 관심"이라 붙여진 돈나무꽃이 만발해 터널을 이루었고, 라일락꽃 향기 같기도하고, 아카시아꽃 향기와도 비슷한 은은한 향기가 백서향 못지 않게 진한 향기를 선물했다.
날씨가 나무랄데 없이 화창하니, 제주공항 활주로가 발아래 놓여 있었고, 도두봉을 내려오는 나무가지 사이로 저 멀리 한라산의 위용이 눈에 들어왔다.
점심때를 놓치고, 이호테우해변에서 귀한 산양산삼김밥을 먹고, 힘을 내서 도두봉 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닐모리동동에 도착해서 조금 이른 저녁을 먹었다. 수익 금 전액을 사회에 기부하는 닐모리동동 이기에 더 애착이 간다. 물론 오징어튀김먹물파스타는 작년만 못한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추자도를 나온 오늘의 마무리는 도두해안도로에서 일몰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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