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9. 02.
서천갯벌은 우리나라에서 13번째로 람사르습지(Ramsar濕地)에 등록되었을 뿐만 아니라, 새만금 갯벌이 사라진 후 금강하구에 남아있는 유일한 하구갯벌이기도 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장항스카이워크(기벌포 해전 전망대) 아래 황량하기 그지없던 갯벌이 일 년 새 잘 정비되어, 갯벌을 따라 조성된 공원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주말을 즐기는 모습이 나름 생동감 있어 보입니다.
갯벌 중간중간에 조성된 해당화 군락지에는 여름 내내 피었던 해당화가 여름을 보내면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었고, 간척지 개발로 국토를 넓히고 군산과 변산반도를 잇는 지역 간 교통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낙후된 서해안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한다는 허울 좋은 명목아래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귀하디 귀한 생태계의 보고였던 새만금갯벌을 파괴한 것도 모자라 장항국가산업단지에 이 마저도 내어 줄 뻔했던 서천갯벌이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아, 자손 대대로 물려줄 소중한 자연 생태계의 보고로 남겨지게 됨이 그나마 다행이지 싶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해당화 대신 갯벌의 해안 중간중간에 자생하던 예쁜 갯패랭이 꽃은 갯벌공원이 조성되면서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춰버렸고, 갯패랭이 꽃 볼 설렘에 들뜨고 갯패랭이 꽃이 그리웠던 나그네는 못내 서운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하릴없이 접어야만 했습니다.
언젠가 부동산 전문가가 방송에 나와하던 말(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의 안정과 건설업계의 부침을 막는 간단한 방법은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시장의 원리에 맡기면 된다)이 마치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갯벌을 두고 하는 말과 같은 맥락인 듯싶어, 서천갯벌과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며 갯패랭이 꽃이 피어있던 자리에서 서서히 지고 있는 볼품없어진 해당화를 보는 나그네의 마음은 호젓하다 못해 씁쓸하기 조차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어수선해 보이는 서천갯벌이 내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져 있을까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마음을 다독이며 어둑어둑해지는 서천갯벌을 흐릿한 저녁노을 아래 남겨두고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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