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2) (수생원의 습지식물들)

Chipmunk1 2023. 9. 17. 06:56

2023. 09. 03.

어리연꽃보다는 크고, 물양귀비꽃보다는 가지런하지 못한 다년생 수생식물인 자라풀을 강원도도 아니고 경상도도 아닌 그렇다고 전라남도도 아닌 전주에서도 자라고 있음에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가 수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나그네가 설익은 주장을 펴봅니다.

각종 동식물들의 생명의 근원지가 되어주고, 홍수 조절에도 일조한다는 습지가 점점 줄어들어, 람사르 협약에 따라 람사르 습지로 선정하여 보호되는 습지에 개체수가 줄어들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의 자라풀을 위시한 각종 습지식물들이 오래도록 지구촌에서 공생했으면 하는 소망을 다져봅니다.

연꽃이 떠나간 자리에 수련을 보려고 찾았던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의 수생원을 갔던 건데, 기대했던 만큼의 수련은 눈에 많이 띄지 않았고, 연못가 어두컴컴하게 빛이 잘 들지 않는 후미진 수초들 사이에서 자라풀을 발견한 것은 가끔 맛보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우연한 행운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할 수도 있겠지만, 8월을 보내고 9월을 맞으며 기온이 뚝 떨어져 혼잣말로 계절이기는 장사는 없나 보다 했었는데, 어제와는 달리 체감온도가 갑자기 35도를 뛰어넘어 시원하리라 생각했던 수목원에서 조차 지친 몸을 잠시 수생원 입구의 카페에서 차가운 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취해야 하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폭염을 만나고도 포기하지 않고 연못가를 관찰하던 선물이 바로 자라풀이 아니었나 홀로 미소 지어봅니다.

조금 멀리서 수생원의 전경과 하늘과 물의 경계에는 어느새 시원한 데칼코마니가 그림처럼 펼쳐지니, 잠시 폭염이 찾아와 심술을 부릴지라도 가을은 벌써 나그네의 마음속으로 와 있구나 싶습니다.

수생원에 생명을 불어넣듯이 앙증맞은 형형색색의 수련들이 연못 속의 수련보다는 한층 상큼하게 나그네를 반겨줍니다.

뜰홍초라고도 불리는 (인도)칸나와 하와이 무궁화라고도 불리는 단풍잎부용뿐만 아니라, 헬리코니아 까지도 수생원 곳곳에 고개를 쭈뼛 내밀고 아직은 조금 어설프게 보이는 파란 가을하늘과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 냅니다.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에 본격적인 수생원이 조성되기 훨씬 이전부터 마치 유럽식 궁전의 연못인 듯 청아한 풍미가 풍기는 깨끗한 대리석으로 꾸며놓은 수생원입구 카페옆의 연못에는 하늘 위에 두둥실 떠 있는 듯한 수련들이 수려한 자태로 가을을 기다리는 연못을 마음에 담고, 나그네는 갑작스러운 폭염이 찾아온, 어쩌면 여름이 떠나가면서 일시적인 명현현상(瞑眩現象)을 일으키는 마지막 여름의 폭염일지도 모르는, 수목원을 떠나왔습니다.

* 전주를  떠나고 한참 후 국도를 따라 아산방조제 부근을 지날 즈음, 전주의 역대급 폭우 뉴스를 들으면서, 드디어 여름이 지나가는구나, 역시 전주의 갑작스러운 폭염은 여름이 완전히 지나가기 전의 마지막 명현현상이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