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9. 02.
천사백여 년 전에 창건되어 찬연한 역사 속에서 때로는 전쟁으로 불타고, 중건되어 온 천년고찰 내소사는 창건 당시 소래사라 명명되었다지만, 당나라의 장수 소정방이 방문한 이래로 내소사로 바뀌었다는 입소문이 전해지고는 있지만, 근거할 만한 사료는 딱히 없으니 카더라 통신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내소사(來蘇寺)라는 뜻이 순수하게 내포하고 있는 '올 來'와 '되살아날 蘇' 즉, 이곳에 오면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중생들의 간절함이 담겨있는 천년고찰이 아닌가 싶습니다.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내소사가 사백여 년 전 중건 되면서 일주문에서부터 피안교에 이르기까지 약 600여 미터의 길에 조성한 전나무 숲길은 약 700여 그루의 곧은 전나무가 울창한 터널을 만들어 "함께 나누고픈 숲길(제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로 선정되어 더욱더 명성을 높이게 되었고, 거기에 더불어 가을이 시작되는 8末9初 약 열흘간은 전나무 숲 속을 노랗게 물들이는 붉노랑상사화가 속세를 떠나는 사연 많은 중생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합니다.
일주문을 지나 전나무 숲길로 들어서면, 숲길 오른편에 키 작은 전나무 숲 아래 붉노랑상사화가 온 숲을 노랗게 물들입니다
숲 사이로 찬연히 햇살이 내리비치면 노란 꽃송이가 이따금 붉은색으로 바뀌는 내소사 전나무숲은 붉노랑상사화에게 장악되어 붉노랑상사화의 천국으로 탈바꿈되고 있습니다.
소담스러운 꽃송이가 그리움에 고개를 길게 빼고 사방을 둘러보건만, 오매불망 그리운 님은 보이지 않고 전나무숲이 울창하게 하늘을 가리며 속세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애닮 게만 합니다.
호랑나비와 제비나비가 날아와 애닮은 사랑을 위로하려는 듯 날갯짓하는 대로 붉노랑상사화는 거부하지 못하고 온전히 몸을 맡기며 속세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곳에 내려놓고 새롭게 태어나고자 하는 중생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합니다.
피안교를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천년이 훨씬 지난 보호수들이 천년고찰임을 인증하고, 대웅전 앞 삼층석탑을 탑돌이 하는 중생들의 잠시나마 속세를 떠나 새롭게 다시 태어나고픈 간절함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나그네도 전나무 숲 속의 붉노랑상사화 군락에 파묻혀 지금까지의 속세를 떠나 새롭게 다시 태어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내소사 전나무 숲의 붉노랑상사화와 긴 눈 맞춤을 하고 총총히 다음을 기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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