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야기

도산서원의 늦봄 풍경

Chipmunk1 2023. 5. 22. 06:10

2023. 05. 21.

철이 바뀌면 짐승들이 털갈이하듯
도산서원의 계절도 시나브로 봄이
지나가고 있음을 에둘러 알려준다.

도산서원의 개설대문에서 시작되는
모란의 열병식은 솟을대문 앞쪽에
놀랍게 세 송이 모란이 반겨주었다.

마치 퇴계이황을 그리워하며 견딘
기생두향의 순애보가 담겨 있는 듯,

아니면, 담장밖 어여삐 치장한 겹작약이 되어
오매불망 퇴계 이황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도산서원의 봄은 퇴계이황을 향한 기생두향의
순애보를 몇백 년 동안 품은 채로 지나고 있다.

수백 년 도산서원을 지키고 있는
왕버들의 휠대로 휘어진 허리가
지팡이에 의지된 채로 아직 까진
초록빛 잎사귀를 매달고 있으니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기보다는
왕버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하하 호호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왕버들 또한 즐겁지 않을까 싶다.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
폭설과 폭우와 미세먼지
자연은 인간이 지켜주고
인간은 자연이 지켜주는
윈윈 하는 세상이 그립다.

도산서원을 돌아 나오는 길 오른쪽
산 쪽에 쌓아놓은 축대 틈새 사이서
기린초가 긴 목을 쭈빗쭈빗 빼면서
노란 얼굴로 가는 봄을 아쉬워한다.

'소녀의 사랑'이란 기린초의 꽃말은
퇴계이황을 향한 사랑을 간직한 채
수백 년을 지켜낸 기생두향의 슬픈
순애보가 그대로 담긴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