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야기

안동 체화정(棣華亭)의 봄

Chipmunk1 2023. 5. 20. 06:16

국가지정문화제 보물(제2051호)인 체화정은 조선후기(1761년)에 이민적(李敏迪:1663-1744) 선생이 큰형인 옥봉 이민정과 함께 살면서 형제의 우의를 다졌다는 장소인데, ‘체화(棣華)’란 형제간의 화목과 우애를 상징하는 것으로『시경(詩經)』 소아(小雅) 편 '상체지화(常棣之華)'에서 그 의미를 따왔다고 합니다.

또한, 체화정이란 현판은 사도세자의 스승이었던 안동출신 유정원의 친필이며, 뒤에 조선 최고의 화가인 김홍도가 쓴 것이라 전해지는 담락재(湛樂齊)라는 조그만 현판이 하나 더 있는데, '평화롭고 화락하게 즐기며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방의 선비가 지은 건물에 덕망 있는 같은 지역출신의 학자와 당대 최고의 화가가 친필로 써줬다는 현판만으로도, 형제의 우의가 세간의 귀감이 되고 교훈이 되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체화정 앞에는 네모난 연못을 팠고, 연못에는 세 개의 섬을 만들어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라는 동아시아 전통 우주론을 표상하고 있으며, 세 개의 섬은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三神山)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체화정 진입로 우측에는 흐드러진 불두화와 겹작약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우측의 정원에는 불두화와 노랑꽃창포가, 그 너머 섬에는 커다란 찔레꽃이 만개해, 두 눈으로 보이는 풍경은 정겨운 형제애를 표상하고, 봄을 있는 그대로 실감할 수 있는, 마치 봄의 풍경 전체가 형제의 화목과 우의를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더욱이, 세 개의 섬을 바라보며 연못가에 활짝 핀 해당화는 체화정의 운치를 더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또한, 체화정을 에워싼 겹작약의 환한 미소는 다복한 형제의 행복한 모습이 그대로 되살아난 듯 아름답기 그지없었고,

송이송이마다 형에 대한 존경과 아우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겨 있는 듯 보여 마음이 저절로 행복하고 푸근해집니다.

연못에 막 피기 시작한 수련은 세 개의 섬에 살고 있는 신선을 흠모하고 형제간의 순수한 우애를 표상하는 네모난 체화지(棣華池)의 상징이 된 듯싶습니다.

거기에 노랑어리연 꽃까지 체화정의 봄은 한없이 깊어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