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야기

병산서원의 오월

Chipmunk1 2023. 5. 17. 04:30

병산서원의 오월은 담백하지만
고즈넉한 쓸쓸함이 묻어납니다.

병산서원 앞뜰의 산당화는 지고
병산서원 뒤뜰에 수령이 오래된
배롱나무(목백일홍)가 무성하게
초록잎을 매달고 꽃 피울 채비에
여념이 없는 병산서원의 오월은
옛 선비들이 글공부에 열중하던
면학의 계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낙동강변의 찔레꽃 향기가
병산서원으로 스며 들어와
선비들의 코끝을 자극하니
하던 글공부 잠시 접어두고
하릴없이 낙동강변에 나와
공연히 봄에게 하소연하며
선비의 본분을 찾았겠지요.

진입로옆 작은 화단에 모여
옹기종기 피어난 매발톱이
나그네를 흘깃 훔쳐보다가
수줍게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쓸쓸한 병산서원의 오월에
살포시 춘심을 전해줍니다.

펄펄 끓는 팔월에나 볼 듯싶었던
강변 풀숲에는 수염패랭이 꽃이
형형색색 낙동강변을 수놓으며
오월의 병산서원 가는 길목에서
병산서원의 오월을 달궈내지만,
병산서원 앞뜰의 배롱나무 아래
산당화 군락 사이사이에 늦둥이
산당화는 힘겹게 고개를 떨구고,
청아한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가
강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듯싶은
병산서원의 오월은 수묵화처럼
담백하게 춘심을 훌쩍 뛰어넘어
여름의 문턱에 턱 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