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야기

안동 봉정사의 석탄절 언저리 풍경을 스케치해 봅니다

Chipmunk1 2023. 5. 26. 09:02

2023. 05. 22.

석가탄신일이 다가올수록
산사는 바빠지는 듯합니다.

경내에 화려하게 매어 달린
연등은 보름 전과 비슷한데
어쩐지 정돈된 듯한 느낌은
아마도 기분 때문이겠지요.

극락전 앞 정원의 매발톱들이
마치 정원의 연등처럼 보이니
이 또한 기분 탓이려니 합니다.

보름 전만 해도 겨우 한두 송이
피기 시작했던 작약이 어느새
떨어지는 꽃잎도 곧 터질듯한
꽃몽우리도 한데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침예불을 위해 앞서서 종종걸음 하던
스님이 바삐 극락전 돌계단을 오릅니다.

온갖 새소리가 산사를 깨우고,
대웅전과 극락전에서 울리는
목탁소리와 굵은 염불소리가
속세의 번뇌를 끊으라 합니다.

이른 아침 외로운 고양이 한 마리가
산사에서 아침을 해결하지 못한 듯
담장너머 길가에, 초라한 모습으로
깊은 고뇌 속에 빠져 있는 듯합니다.

어찌 보면,
고양이나 나나 비슷한 고민을 품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싶기도 합니다.

도탄에 빠진 중생들을 구제하고자
이 땅에 온 석가모니 탄신일을 맞아
지구촌에 공존하는 모든 생명들이
기근과 육신의 질병과 마음의 병을
온전히 극복하고 서로 공존한다는
깨달음을 얻고자 했던 부처를 잠시
생각하면서 큰 소리로  외쳐봅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