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붉은인동 꽃의 향기 속에서

Chipmunk1 2023. 7. 17. 06:02

봄이 한창일 때 피기 시작해서 여름이 시작하면 세상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는 붉은 인동꽃이 관곡지(연꽃테마파크)의 수세미가 하나둘씩 매달린 아치형 터널의 한쪽을 차지하고 하늘을 향해 마치 통통한 아기발이 연상되는 꽃잎이 하늘을 향해 막바지 칠월 초순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나가가 원산지라서 그런지 몰라도 전국방방곡곡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꽃이기는 하지만, 한번 뿌리를 내리면 어디서든 씩씩하게 잘 자라는 붉은 인동 꽃이 풍기는 은은한 향기가 '나 여기 있어요'하는 듯 장마로 습한 초여름을 산뜻하고 향기롭게 만들어 줍니다.

타고 올라갈 울타리가 없다고 푸념하지 않고 땅 위를 넓게 차지할 줄도 아는 붉은 인동 꽃의 융통성이야말로 은근과 끈기로 점철된 우리 민초들을 대변하는 우리 민족의 슬기가 그대로 담긴 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겨우내 은근과 끈기로 버텨내며 대부분 봄꽃들이 피고 지는 봄의 중심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붉은 인동이 조금씩 붉은 꽃잎이 노랗게 바래지면서 낙화하고, 곧이어 열매를 맺는 가을을 향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리고 점점 더 심해지는 집중 호우로 인해 찢기고 상처 나고 심지어는 희생되고 파괴된 고귀한 민초들의 생명과 터전이 국민들만 바라보고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입에 발린 립서비스를 습관처럼 반복하는 위정자들의 오만한 쇼는 이제 그만 멈추고, 예측하기는 힘들겠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였다면 극복할 수도 있었을 자연재해를 어쩔 수 없이 민초들이 겪어야 하는 연례행사로 치부하고 싶은 듯 자기변명에만 치중하는 몰염치한 위정자들 보다는 따스한 마음으로 민초들의 곁에서 고통을 진심으로 나누고 보듬으면서 똑같은 인재성 재난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통렬한 자기반성을 앞세우면서 내미는 따스한 인성이 장착된 손길이 그리운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