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봄날 같은 우도의 겨울풍경

Chipmunk1 2024. 12. 24. 13:09

2024. 12. 17.

작년 겨울 풍랑이 가로막던 우도뱃길을 이번 겨울에는 흔쾌히 열어준 바다신의 배려로 일곱 시 반 첫배를 타고 섬 속의 섬 우도의 천진항에 무사히 내립니다.

천진항 앞에서 아침식사를 할 요량이었으나, 안타깝게도 매운 해물라면 밖에는 없다 하여, 우도봉 넘어 검멀레마을에 가서 아점을 하기로 하고 천진항 환영 아치를 지나 우도봉을 향합니다.

우도봉의 쇠머리오름으로 가기 위해 돌칸이해변으로 가는 길에 때마침 우도에서는 보기 힘든 아침해를 만납니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근거 없는 희망을 안고 잠시 아침해와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돌칸이해변을 바라보니, 돌칸이 반대편에 있는 검멀레해안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재작년 겨울에는 초미세먼지의 습격으로 흐릿하게 보였던 성산일출봉이 또렷하게 나타나고, 성산일출봉 너머 어슴프레 한라산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올레길 7-1코스에 있는 엉또폭포와 마찬가지로, 비가 많이 와야 볼 수 있는 비와사폭포의 바짝 마른 절벽도 그 자체로 봐줄 만 한데, 폭포수가 내려오는 비와사폭포는 얼마나 웅장할까요?

쇠머리오름 능선을 따라 산국과 갯쑥부쟁이가 섞음 섞음 피어있는 지두청사에 오릅니다.

우도팔경 중 제4경인 지두청사에서 내려다보는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우도 앞바다에서 모든 시름과 걱정을 말끔히 털어버립니다.

그리고, 우도봉 정상에서 20여 미터 숲 속 길을 내려가다 등대공원으로 올라가니, 구(舊) 등대와 신(新) 등대가 위아래로 우도봉의 랜드마크가 되어 우도를 지나는 선박들의 고마운 길라잡이가 되어줍니다.

잠시 등대공원에 머물다, 약간의 시장기를 느끼면서 검멀레해변으로 가기 위해 검멀레마을과 검멀레해안을 내려다보며, 씩씩하게 우도봉을 내려갑니다.

산국과 갯쑥부쟁이를 따라 우도봉을 내려와 검멀레마을 입구에서 관광객을 기다리며 무료하게 서있는 당나귀와 잠지 조우하면서, 어쩌면 시대착오적인 위정자들로 인해 나도 저런 신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씁쓸한 동병상련을 느끼면서 검멀레해변에 도착합니다.

검다는 뜻의 제주도 방언 '검'과 모레의 제주도 방언 '멀레'가 합성되어 '검멀레'라는 흑모래사장이 바로 검멀레해변입니다.

우도팔경 중 제6경인 후해석벽(後海石壁)은 돌칸이 반대편에 있는 돌칸이 의 뒤쪽바다에 있는 화산분화로 탄생한 절경입니다.

검멀레해변에서 올라와, 검멀레마을의 작은 식당에서 전복칼국수와 전복계란김밥으로 아점을 해결합니다.

맛은 그럭저럭 전복이 간혹 씹히기는 하지만, 시장을 반찬으로 폭풍흡입을 합니다.

후해석벽을 소개한 입간판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는데, 옆에서 보고 있던 관광해설사 선생님이 안내 입간판의 설명이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우도의 탄생은 200만 년 전이 아니라, 7만 년 전 이후로 수정되어야 한다고, 제주도의 탄생시기와 더불어 친절하게 설명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내입간판은 틀린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으니, 지자체의 늦장 대응이 조금 안타깝습니다.

검멀레해안에서 담아 본 후해석벽과 주변 바다가 막힘없이 답답했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줍니다.

검멀레해안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산국과 갯쑥부쟁이를 뒤로하고 우도면민들의 식수로 사용되는 저수지로 활용되는 우도봉의 분화구 쪽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검은 말, 하얀 말, 갈색말, 얼룩말이 있는 초지를 지나 식재된 지 오래지 않은 동백나무가 빽빽한 숲길을 따라 등대공원으로 올라갑니다.

동백꽃을 볼 요량으로 지나는 길이었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눈에 띄는 동백꽃은 딱 한송이뿐이었고, 꽃망울만 간간이 보이는 것이 아직은 우도봉에서 동백꽃을 보기에는 시기상조인 듯합니다.

이윽고 등대공원을 지나 봄 같은 우도의 겨울풍경을 차곡차곡 눈에 담으면서 천진항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우도봉 아래 길옆에 빼곡하게 피어있는 덩굴메밀꽃은 관심 있게 봐주는 이는 없어도 밝은 표정으로 나그네를 행복하게 합니다.

우도봉을 완전히 내려와 마을 어귀에 있는 아담한 유채밭에는 어느새 유채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성산일출봉 앞 유채꽃밭은 잘 가꾸어 유료로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있지만, 이곳 유채밭은 특별히 돌보는 손길이 없어도 자유분방하고 자연스럽게 꽃을 피웁니다.

마치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 아름다운 투쟁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처럼......

천진항을 돌아 나와 성산항으로 가는 뱃길에서 갈매기의 멋진 호위를 받으면서 무사히 봄날 같은 우도의 겨울을 추억으로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