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18.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병악로 166에 소재한 카멜리아힐을 500여 미터 남겨놓고, 왕복 2차선 도로변 노지에 야리야리한 봄의 꽃 수선화가 거친 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활짝 웃고 있습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반갑게 수선화와 눈인사를 나눕니다.
잠시 후, 자동차가 빼곡히 주차된 주차장에 겨우 주차를 하고, 매표소를 지나 카멜리아 입구로 향합니다.
기대했던 만큼 많은 동백꽃은 아니었지만, 물이 담긴 돌그릇 위의 각종 동백꽃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동백꽃은 돌그릇에 가득가득 쌓이겠지요.
동백나무 아래 통통하게 살이 오른 멧비둘기가 땅에 떨어진 동백꽃잎과 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본격적으로 동백꽃 정원에 발을 디딥니다. 여느 동백꽃과는 달리 송이째 낙화하지 않고 한 잎 한 잎 꽃잎이 떨어지는 애기동백꽃과 유럽동백꽃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시아동백꽃들의 향기와 더불어 카멜리아힐의 겨울은 소리 없이 깊어만 갑니다.
커다란 겹꽃 왜동백꽃이 유독 수려하게 자리한 동백꽃 정원 가운데서 나그네는 짙은 향기에 취해 잠시 발걸음을 멈춥니다.
광활한 동백꽃 정원이 끝나갈 즈음, 깜찍한 돌하르방의 안내를 받으며 온실화원으로 향합니다.
온실화원 입구에 물이 담긴 돌그릇 위에 낙화된 각종 동백꽃이 역시나, 아직은 돌그릇에 많은 여백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동백꽃과 더불어 온실화원을 가장 화려하게 꾸며주는 일명 크리스마스꽃으로 널리 알려진 포인세티아가 뜨거워진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동백꽃과 포인세티아 사이사이에 신비로운 색상의 다양한 종의 시클라멘이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파시아타가 온실 조금 높은 곳에서 횃불처럼 사방을 밝게 비추는 듯합니다.
삼색동백꽃 오색동백꽃 얼룩동백꽃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고급진 동백꽃이 온실뿐만 아니라, 카페와 노지에도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온실화원을 나와 온실카페에 들르기 전 팔손이 꽃이 동백꽃이 제법 잘 어울리는 정원에 잠시 머뭅니다.
측백나무의 사열을 받으며 온실카페로 향합니다.
온실카페에는 동백꽃을 위시한 다양한 식물들이 예쁜 꽃을 자랑하고 있지만, 백설공주 구즈마니아 마그니피카가 나그네의 관심을 독차지합니다.
온실카페를 나와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들이 지나기를 기다렸다가 시크릿 동백꽃 정원 입구에서 오래도록 머뭅니다.
시크릿 동백꽃 정원을 병풍처럼 휘감고 있는 동백꽃 군락에 혼을 빼앗기고 이리저리 구도를 잡으면서 그림같이 아름다운 시크릿 동백꽃 정원을 눈으로 가득 담아봅니다.
가을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는 시크릿 동백꽃 정원 뒤편을 둘러쌓고 있는 동백꽃을 뒤로하고 가을정원으로 향합니다.
가을정원으로 가는 길목에 마지막 동백꽃길의 유혹에 흔들리며 천천히 동백꽃길을 걸어갑니다.
이윽고, 팜파스 그라스와 동백꽃이 동거 중인 가을정원을 여유롭게 꼼꼼하게 챙겨 봅니다.
거친 바람에 꺾일 듯 꺾이지 않는 팜파스 그라스와 동백꽃, 그리고 때마침 내리는 우박과 진눈깨비의 요란한 소리를 우산으로 받아내며, 카멜리아의 겨울풍경 즐김을 가을정원에서 마무리합니다.
마치 풍전등화와 같은 안타까운 현 세태의 흐름이 팜파스 그라스처럼, 아무리 현실이 암울하더라도 융통성 있게 휘어지되 결코 꺾어지지 않는 강인함으로 악한 끝은 없어도 선한 끝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향기로운 동백꽃 같이 아름답고 풍성한 꽃이 이 땅 위에 가득 피우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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